[더팩트|윤정원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발을 뺐던 하이브의 주가가 살아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지민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가운데 투자심리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 "고맙다 BTS"…하이브, 7%대 상승 마감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하이브는 5일(19만700원) 대비 7.50%(1만4300원) 오른 20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장중에는 21만2500원까지도 올랐다. 3일 연속 하이브는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4일에는 3.42% 올랐고, 전날인 5일에도 0.21% 오르며 거래를 종료했다.
주가 상승세는 방탕소년단(BTS)의 활약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 '핫 100' 차트에 BTS 멤버 지민의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의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가 1위에 올랐다. 한국 솔로 아티스트가 해당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건 지민이 처음이다. 앨범 판매량도 순위권에 올랐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KOZ 엔터테인먼트의 첫 보이그룹이 오는 5월 30일 데뷔한다는 소식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KOZ 엔터테인먼트에는 프로듀서 겸 아티스트 지코(ZICO)가 소속돼있다. 또 다른 레이블인 쏘스뮤직 소속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오는 5월 1일 첫 번째 정규앨범 'UNFORGIVEN(언포기븐)'으로 컴백한다는 소식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어도어 소속 뉴진스는 지난 3일 코카콜라와의 협업곡 '제로' 또한 인기세다.
◆ SM 공개매수, 절반의 성공 그쳐
지난 2021년 11월 19일 42만1500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하이브는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다 지난해 10월 14일에는 10만7000원까지 주저앉았다. 하지만 올해 초 반등에 나섰다. 지난 2월 10일 하이브가 "SM과의 시너지를 통해 K팝 세계화라는 공동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면서다. 하이브는 주당 12만 원에 이수만 에스엠 전 프로듀서의 지분 352만3420주(14.8%)를 사들이고, 같은 가격으로 장내에서 총 주식수의 2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와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하이브는 지난달 SM 인수전에서 중도 하차했다. 지난달 12일 지분경쟁을 포기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이어 같은 달 24일 하이브 이사회는 보유한 SM 주식 462만6185주(19.43%) 가운데 375만7237주를 처분하기로 결의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127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다만 28일 공시에 따르면 하이브는 결국 165만8426주를 매각하며 차익 498억 원을 벌게 됐다. 남은 보유 주식은 SM 주가 향방에 따라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미지수다. 이날 기준 SM의 종가는 9만8000원이다.
◆ '위버스' 덕 톡톡…엔터업계 활황 기대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란 이름으로 태어난 하이브는 지난해 매출 1조7780억 원, 영업이익 2376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과거 기획사 '빅3'로 불렸던 SM·YG·JYP의 매출(총 1조5853억 원)을 다 합친 금액보다도 크다.
시장에서는 자체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한 2차 수익과 해외 매출 비중이 지속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이브 매출 구조를 보면 앨범·공연·광고 등 '직접 참여형'이 9738억 원(54%), MD 및 라이선싱·콘텐츠·팬클럽 등 '간접 참여형'이 8041억 원(46%)이다. 하이브는 해외 매출 비중(67%)은 국내(33%)의 2배에 달한다.
업계는 카카오와 하이브 간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앞서 하이브가 SM 인수전에서 물러날 당시 양사는 플랫폼 차원에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하이브는 네이버와 손잡고 방탄소년단(BTS) 등 아티스트를 모티브로 한 웹툰을 10개국 언어로 공개했는데, 이틀 만에 조회 수가 1500만 건에 달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하이브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사의 앨범 판매량과 콘서트 관객수 모두 최고 수준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팬미팅과 쇼케이스 등 예정된 일정을 감안하면 엔터사의 공연 부문 이익 증가폭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개매수에 성공한 SM 물량이 당초 계획 대비 훨씬 적은 점은 아쉽다. 다만 엔터업계가 살아나고 있는 점으로 인해 하이브에 큰 피해가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0만 원 선도 노려볼 만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