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완화돼 생산과 판매가 늘고, 상대적으로 더 가격이 높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발 빠르게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5620억 원, 기아는 2조5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7%, 28.1% 늘었다. 증권가 추정치대로 영업이익이 실현되면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내게 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국내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에 오르게 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호조가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서 생산과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차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국내 19만1047대, 해외 82만9269대 등 총 102만316대였으며, 같은기간 기아는 국내 14만1740대, 해외 62만5036대 등 총 76만7700대를 팔았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12%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가격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랜저와 같은 대형 세단, 내연기관차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 '믹스 전략'도 실적을 견인했다.
1분기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대형 세단 그랜저로 총 2만9864대가 판매됐는데, 전년 동기(1만2959대) 대비 130.4% 늘어난 숫자다. G80(1만3017대), 팰리세이드(1만2281대), 투싼(1만1433대) 등 고급 세단과 SUV도 1만 대를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기아도 1분기 카니발(1만9816대), 스포티지(1만7199대), 쏘렌토(1만6246대), K8(1만2188대) 등 레저용차량(RV)과 SUV가 많이 팔렸다.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에 따른 '환차익' 효과도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반적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은 환율이 올라갈 경우 차익이 발생한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데, 최근 5년(2018년 1월~2023년 3월) 평균인 1181원보다 높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000억 원의 환차익이 나타난다"면서 "세계적으로 은행 파산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도 아직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고환율 장세가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화 전략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도 순조롭다는 평가다. 기아는 최근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올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 25만8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유럽에선 2025년부터 중·소형 전기차, 미국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과 연계해 2024년부터 다양한 차급의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변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지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 시기를 앞당기고, 리스 비중을 늘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20% 수준인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 6%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전기차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고 배터리 등 주요부품들을 내재화해 전기차 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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