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건설사들이 사명에서 '건설'을 지우고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확산하며 건설사들의 기업 정체성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단순 시공사에서 나아가 친환경, 에너지, 부동산 개발 등 다양한 업역으로의 확장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여간 건설사들이 사명에 '건설'이나 '산업' 등을 사용하는 대신 다양한 영어 표현을 적용하며 기업 정체성에 변화를 주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전환하면서 이를 반영한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사명을 포스코이앤씨(POSCO E&C)로 변경했다. 2002년 2월 이후 21년 만에 사명을 바꾼 것이다. 이앤씨의 이(E)는 '에코(Eco)', 씨(C)는 '챌린지(Challenge)'를 뜻한다.
통상 건설사의 이앤씨(E&C)는 공학(Engineering)과 시공(Construction)을 의미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역시 영문 사명에 이앤씨 사용해 'Hyundai E&C'(현대이앤씨), 'DAEWOO E&C'(대우이앤씨), 'GS E&C'(지에스이앤씨)로 표기하고 있다.
이와 달리 포스코이앤씨의 이앤씨에는 친환경 사업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회사는 사명변경과 함께 저탄소철강 분야와 이차전지 원료소재 분야의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친환경 미래사회 건설을 위한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더 성장을 이뤄 나가자"고 강조했다.
신영그룹 건설 계열사인 신영건설 역시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신영씨앤디'로 변경했다. 씨앤디(C&D)는 시공(Construction)과 부동산 개발(Development)을 의미한다. 신영 관계자는 "단순 시공에서 나아가 부동산 개발 종합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해 사명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1년에는 SK건설이 환경과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며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하는 등 회사의 전반적인 체질을 바꿨다. 같은 해 대림산업도 사명을 DL이앤씨로 변경했다. 이후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분야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사명변경은 기존의 '건설'이라는 단어보다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명 변경에는 환경과 에너지 관련 신사업을 알리고 회사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 사용하던 '건설'이라는 단어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지 않아 영어를 사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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