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성 기자] 해가 지날수록 에넥스의 실적이 곤두박칠 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200억 원가량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에넥스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에넥스는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주택거래량 급감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설명이지만, 박진규 에넥스 회장의 사업 전략인 'B2B(기업간 기업 거래)' 사업도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넥스의 실적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2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적자의 폭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넥스는 2019년 연결기준 3636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8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 후 2020년 매출 2336억 원, 영업이익 -85억 원, 2021년 매출 2017억 원, 영업이익 -123억 원, 2022년 매출 2059억 원, 영업이익 -235억 원을 기록하며 손실은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다.
박진규 회장이 취임 후부터 실적은 줄곧 하락세다. 박 회장은 에넥스 창업주 박유재 명예회장 장남으로 1986년 회사에 입사해 1990년 에넥스 하이테크 대표이사, 1998년 에넥스 부회장을 거쳐 2019년 회장 자리에 오르는 등 약 37년간 회사에 몸담았다.
박 회장은 2019년 회장직에 오르기 전 2010년에 대표이사직에 선임됐다. 그 후 5번이나 연임에 성공했는데 연임에 성공한 배경으로는 ‘2010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실적 향상에 기여했으며, 사업부 재편 등을 원만하게 이끌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회사의 실적이 설명하듯 박 회장의 경영 능력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회장은 B2B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에넥스는 건설사에게 납품해 신축 주택에 가구 등을 공급하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에넥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B2B사업 비중은 84.1%로 판매경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건설사들은 부동산 시장 위축, 건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신규 수주를 사실상 중단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에넥스 또한 덩달아 피해를 함께 봤다. 가구업체 특성상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동산 시장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가구의 수요가 높아진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 가구업계 수요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가구업계가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받은 이유는 이사량이 늘어나냐 줄어드냐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회장의 주력 전략인 B2B사업이 사장 흐름에 도움을 받지 못하며 실적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이에 박 회장은 올해는 B2B사업이 아닌 B2C(기업간 소비자 거래) 사업에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에넥스는 올해 흑자구조로 반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넥스 관계자는 "흑자구조로 반등하기 위해 'THE ENEX(더 에넥스) 강남' 외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을 증설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EK9 뉴그랜드', 'EKI 국민키친' 등 주방가구와 더불어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7억5600만 원으로 전년보다 3000만 원가량 삭감됐다.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에는 매월 7000만 원씩 총 4억2000만 원을 수령했으며, 7월부터 12월까지 하반기에는 매월 5600만 원씩 총 3억3600만 원을 급여로 받았다. 에넥스 측은 박 회장의 보수 산정 기준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승인한 이사 보수 한도 내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현 경제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