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아빠' 공약 펫보험 가입률은 1% 미만…활성화 과제는?


보험업계, 동물진료 표준수가 등 제도 미흡 지적
보험료에 비해 보장범위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최근 몇 년간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은 가입률이 0.8%에 그치는 등 좀처럼 활성화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뉴시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토리아빠'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려동물 관련 공약에도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은 가입률이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표준화된 진료체계 미흡 등 관련 제도와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펫보험은 보험료에 비해 보장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펫보험 계약 건수는 약 6만1000건으로 가입률(침투율)은 0.8% 수준이며, 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다. 타 선진국의 가입률은 △스웨덴 40.0% △영국 25.0% △노르웨이 14.0% △네덜란드 8.0% △프랑스 5.0% △미국 2.5% 등이다.

펫보험 시장은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증가세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총가구의 15%인 313만 가구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양육가구 중 72%는 개를 키우고 있었으며 18%는 고양이를, 5%는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펫보험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펫보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반려동물보장 특약을 신설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상품은 '펫투게더' 플랜으로 3일부터 판매된다.

삼성화재는 지난 3월 반려모 전용 다이렉트 펫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반려묘의 상해와 질병에 대한 입∙통원의료비 및 수술비, 비뇨기질환 보장, 사망위로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으로 3년 또는 5년 주기의 갱신을 통해 최대 2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가입가능연령은 생후 61일부터 만 10세까지로 가입 가능연령이 기존 만 8세보다 늘어났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장기 펫보험 '위풍댕댕'을 출시하기도 했다. 반려견의 의료비, 수술비, 배상책임, 사망위로금 등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가입연령을 생후 61일부터 만 10세까지 가입 가능하다.

현대해상 역시 지난해 11월 '건강한펫케어보험'을 출시했다. 1일 15만 원 수준이었던 동물병원 치료비의 보상 한도를 30만 원까지 확대했으며, 수술을 받은 경우 하루 최대 250만 원까지 보상한다.

보험사들은 펫보험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펫보험이 보험료에 비해 보장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보험사들은 저마다 펫보험을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펫보험이 보험료에 비해 보장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무릎뼈(슬개골) 탈구는 소형 반려견에서 흔히 발생해 진료비 지출이 잦은 질병이지만 보험사들은 면책 기간(가입 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간)을 길게 설정하거나 아예 추가 가입비용이 필요한 특약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4살이 된 반려견 포메라니안 '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이 모 씨(28)는 "강아지 중 80% 정도가 슬개골탈구가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험 항목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슬개골탈구뿐만 아니라 강아지에게 잘 일어나는 질병이 보험항목에 없어서 가입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예방접종 잘 맞고 교통사고만 조심하면 병원 갈 일이 없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펫보험 활성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표준화된 진료 체계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데다가 가격을 비교할 방법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19년 반려동물 송곳니 발치는 최저 5000원부터 최고 40만 원까지 80배 차이가 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펫보험의 경우 같은 치료라도 금액이 천차만별이고 상대적으로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보험료가 비싸지고 가입률이 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진료수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 표준화가 이뤄지고 통일화가 되면 치료비가 안정화될 것이고 민간 보험이 활성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펫보험 활성화 정책 추진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반려견 토리와 함께 한강공원을 산책한 모습. /국민의힘

현재 정부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도입을 목표로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내 펫보험 활성화 정책 추진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펫보험 활성화 TF'를 구성했지만 큰 진척은 없었다. 핵심 쟁점은 반려동물등록제 안착, 동물병원 질병명·진료행위 명칭, 코드 표준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다.

지난 3월 17일 첫 펫보험 활성화 TF에서 수의료계가 참여했지만 동물의료 공공성 등을 이유로 진료수가 표준화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손해보험협회도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월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려동물 웰리빙(well-living)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상품개발 지원'을 올해 사업추진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손보협회는 일선 동물병원에서 질병·진료행위 표준 명칭이 활용되도록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체계적인 진료 데이터를 확보해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오는 28일 보험연구원과 금융위원회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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