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문수연 기자] 휴젤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고 중국 화장품 사업 확대에 나선다. 보툴리눔 톡신, 필러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고 신규사업 개발 활동 강화로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젤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2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는 차석용 기타비상무이사가 휴젤의 새로운 회장 겸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경기고,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차 회장은 쌍용제지·한국P&G·해태제과 사장 등을 지내고 LG생활건강으로 자리를 옮겨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차 회장은 18년간 대표이사를 지내며 17년 연속 매출·영업이익 증대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총 28건에 달하는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부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북미·중국·일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LG생활건강을 국내 뷰티 업계 1위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실제로 차 회장의 취임 첫해 1조 원이었던 LG생활건강의 매출은 지난해 7조 원 수준으로 늘었다. 2005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한 개 분기를 제외하고는 66분기 연속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이에 휴젤은 차 회장의 영입으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차 회장의 에스테틱 분야 노하우와 해외 시장 개척 경험을 바탕으로 보툴리눔 톡신, 필러, 화장품 등의 글로벌 전략을 고도화하고, 신규사업 개발 활동 강화를 통한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휴젤은 지난 1월 중국 저장시에 화장품 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상하이 법인은 보툴리눔 톡신, 필러를 담당하고 새 법인은 화장품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다만 휴젤이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이 장기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상황이다.
휴젤은 지난 2015년 기능성 화장품 '웰라쥬', 2020년 병·의원 전문 화장품 '피알포(PR4)'를 론칭하고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휴젤의 전체 매출 중 화장품 사업이 차지한 매출 비중은 7%(209억 원)에 그친다.
또한 휴젤은 지난 2016년 중국에 웨이하이 법인을 설립하고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난해 웨이하이 법인을 청산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두 해를 제외하고 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부담이 매년 가중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내수 강화 정책으로 K-뷰티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점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이미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2020년 자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46.3%를 기록했으며, 국내 화장품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중국 시장이 봉쇄되면서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성장하고 현지 소비자도 자국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휴젤이 이미 실패한 적이 있는 중국 화장품 사업에 재도전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