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집 안 지어도 '건설 1위' 삼성물산…삼성전자 '일감 몰아주기' 덕분?


'업계 1위' 걸맞은 주거 공급자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삼성물산이 지난해 신규 계약한 건설사업 도급액 67%는 삼성그룹 계열사 발주분이 차지하고 있다. /더팩트DB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이중삼·정소양·박경현·최문정·최지혜·이선영·박지성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이선영 기자] 어느덧 4월의 첫째 주를 맞이했습니다. 포근한 봄 날씨에 연분홍 벚꽃이 나뭇가지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꽃놀이를 부르는 봄꽃이 핀 지난 한 주에도 경제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나오면서 삼성물산의 매출구조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지난 9년 동안 건설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지만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주택사업 비중이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건설사는 주택사업으로 이익뿐 아니라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주택 공급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기에 '업계 1위' 타이틀을 쥐고 있는 삼성물산도 주거 공급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시중은행 본점과 점포 등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은행권에 '상생금융' 열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4대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 등을 내놓으면서 서민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금감원장이 은행 영업점을 돌아가며 방문할 때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려주는 모습이 마치 상대를 하나씩 굴복시키는 '도장 깨기'와 같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행사인 '모터쇼'가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데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된 모터쇼는 지난해 부산국제모터쇼가 개최되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첫 모터쇼인 부산국제모터쇼는 저조한 기업 참여로 부진했지만, 두 번째 타자인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쌍용자동차에서 이름을 바꾼 KG모빌리티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와 같은 수입차 브랜드도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우선 건설업계 소식부터 살펴볼까요.

◆ 삼성전자 일감 집중된 삼성물산 건설부문, 내부거래 지적 안 나오는 이유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물산 매출구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면서요.

-네. 삼성물산은 지난 9년 동안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건설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주택사업 비중이 매우 작습니다. 삼성그룹 내 해외 법인과 국내 계열사들의 발주가 충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삼성물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가 계약한 건설사업 14건 가운데 4건을 제외한 나머지 10건은 모두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해외법인이 발주한 사업입니다. 금액도 그룹이 발주한 사업분이 전체 도급액 7조2627억 원의 67%인 4조8747억 원에 이릅니다.

현재 굵직한 매출로 이어지고 있는 대다수 사업 역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그룹 발주 혹은 해외 플랜트 사업입니다. 건설사는 건설사업 도급 계약을 체결하면 그 도급액이 순차로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번 큼직한 사업을 수주하면 수년간 안정된 매출액이 나옵니다.

-그렇군요.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에서 수주한 사업이 든든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요.

-네. 회사가 지난해 매출을 올린 건설사업 도급액은 75조2623억 원 규모입니다. 이 도급액의 약 37%인 27조8700억 원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보험, 호텔신라, 성균관대학교 등 국내 삼성그룹 관계사와 해외법인의 발주분입니다. 지난해 매출이 발생한 사업들을 도급액 순으로 보면 상위 10개 사업 가운데 4개가 삼성전자 관련 사업입니다. 우선 삼성전자로부터 수주한 '평택 FAB 3기 신축공사'가 4조6701억 원으로 가장 큽니다.

이어 삼성전자 해외법인의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가 2조4717억 원 규모로 상위 7번째, 삼성전자의 '평택 P4 신축공사'가 2조1676억 원 규모로 상위 8번째입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의 '평택 P3 Ph.3'공사가 1조3000억 원으로 상위 10번째 규모입니다.

도급액 상위 10개 사업의 도급총액은 27조9915억 원인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사업이 10조6094억 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설 규모를 따져봐도 4조 원이 넘는 수주액은 상당한데요. 삼성물산이 같은 그룹 내 삼성전자로부터 수조 원 대 사업을 수주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우선 수주 사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반도체 공장의 경우 기술보안이 쟁점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중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를 이전하려는 목적이 있는 사례를 적발해 제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삼성그룹 내 건설사인 삼성물산의 수주가 필수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하더라도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죠. 또한 사업에 따라 반도체 공장이 아닌 계열사 사옥이나 면세점을 짓는 경우에도 경쟁입찰을 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주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물산 측 설명입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전국에 분양한 래미안 아파트는 한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래미안 아파트 로고. /최지혜 기자

-그룹 계열사들이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특수한 상황이 매출구조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군요. 업계의 시선은 어떤가요.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자체 분양사업은 거의 없고 수도권 주요 입지 도시정비사업만 수주하고 있습니다. 벌이는 사업지가 많지 않다 보니 지난해 분양 단지도 단 1곳에 그쳤습니다.

-한때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정리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잖아요.

-그렇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주택사업부문 인력과 영업소를 줄였는데요. 꾸준한 경영흑자에도 사업을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증폭됐습니다. 이에 회사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일축하면서 주택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정비사업 수주 현장에도 큰 인력을 동원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삼성물산은 올해 역시 아파트 브랜드 가치와 입지를 고려해 '클린수주' 원칙의 수주 전략을 계속 전개한다는 입장입니다. 양보다 질이라는 것이죠.

-이런 삼성물산 행보를 지켜보는 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다양합니다. 건설사는 주택사업을 통해 이익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주택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업계 1위' 타이틀을 쥐고 있는 삼성물산이라면 주거 공급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따가운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대로 올해처럼 주택시장이 약세를 이어가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주택사업 비중이 적은 삼성물산의 포트폴리오가 실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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