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KT 소액 주주들로 구성된 'KT주주모임' 운영자가 회사의 경영 공백 사태를 초래한 국민연금공단과 정치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모임 운영자 A씨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자유경제를 수호한다고 했는데,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하길 (구현모 전 KT 대표 연임 반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의 개인적인 의견이었다고 한다"며 "개인의 취임사 한 마디가 대표 후보자 사퇴로 이어져 (KT는) 비상경영 체제가 되고, 오늘 아침엔 52주 신저가로 이어졌다는 것을 과연 상식적인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안인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에 노골적인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서원주 국민연금 CIO는 취임사에서 "KT나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 선임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과 28일 각각 KT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구 전 대표가 두 차례나 연임 적격 판정을 받자 보도자료를 통해 "기금이사는 KT 대표이사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결국 유력한 후보였던 구 전 대표는 연임을 포기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당초 이날 주총까지로 예정돼 있던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지난 28일 중도 사퇴했다.
세 번째로 뽑힌 대표 후보인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도 "더 버티면 회사가 망가질 것 같다"고 토로하며 지난 27일 사퇴했다.
이와 관련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의 개별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할 의도도 없다"며 "서원주 기금이사의 지난해 말 발언은 본인이 취임한 후 기자회견에서의 개인적인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A씨는 "KT주주모임은 순수한 개인들이 모인 공간이고, 50~70대의 주주들이 많아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이를 위한 창구로 카페를 활용하게 됐다"며 "현재 2100명 정도의 주주가 모였고, (전체의 약 1.5%에 해당하는) 390만 주를 넘게 모았다. 올해 추가 매수한 주식까지 따지면 그 지분율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반기 배당이나 분기 배당을 제안했고, 주주들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보니 주주가치 재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규모 확대나 추가 소각을 요청했다"며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시는 KT가 이런 외압이나 외풍을 겪지 않도록 KB국민은행이나 여타 모범적인 기업처럼 정관 변경을 해 정치권의 비전문가가 회사에 내려와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을 막고자 관련 정관을 명시할 것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KT주주모임은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KT 정상화 과정에도 꾸준히 참여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현재 KT는 대표 이사직을 비롯해 사내·외 이사진 대부분이 공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멤버를 뽑기 위한 임시 주총과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추천한 대표이사를 선임할 임시 주총을 각각 한 차례씩 열어야 한다.
A씨는 "당장 주가가 떨어진 것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챗GPT' 등의 경쟁사들은 지금 하루가 달리 치고 나가는데 쫓아가서 역전하고, 세계적인 기업이 돼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경영 공백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 정말 많이 걱정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KT라는 회사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개인 주주들과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며 "저희가 시초가 돼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더 이상 코리아 디스카운트나 이런 영향을 받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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