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일색' 후 거래정지…증권사, 리포트 신뢰도는 '나 몰라라'


뉴지랩파마·셀피글로벌, 작년 긍정적 리포트 쏟아져
뉴지랩파마, 연초 대비 88% 주가 손실 후 거래정지

증권가는 셀피글로벌에 대해 지난해 8월 23일과 9월 2일 유화증권과 한양증권에서 투자의견 매수의 긍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뉴지랩파마는 작년 하반기 5개 증권사에서 6개 기업분석보고서를 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지난해 증권가에서 '유망한 회사'라고 언급한 기업들이 주가가 90% 가까이 폭락하고 거래정지에 들어가는 사례가 발생했다. 기업 펀더멘탈 등을 따져 회사 가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리포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뉴지랩파마와 셀피글로벌이 이달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현재 주권매매거래가 정지 중이다.

셀피글로벌은 회계상 투명성이나 확실성이 확보되지 않아 외부감사인이 '의견 거절'을 냈다. 지난해 8월 23일과 9월 2일 유화증권과 한양증권에서 투자의견 '매수'를 추천하며 긍정적인 보고서를 냈지만 이후 거래정지에 주가는 지난해 8월 고점(5080원) 대비 현재(778원)까지 84.68% 하락했다.

뉴지랩파마의 경우 지난달부터 거래정지와 해제를 반복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뉴지랩파마는 지난달 14일 채권자에 의한 파산신청설로 인한 조회공시 요구가 발생해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달 3일 거래정지가 해재됐지만 4거래일 만인 이달 9일 다시 조회공시요구에 따라 거래정지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 지난 14일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대해 외부감사인이 '감사의견 거절'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외부감사인은 뉴지랩파마가 적자 지속으로 계속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금투명성과 자금거래 타당성에 대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파산신청설 관련 조회로 회사 영속성에 의구심이 제기된 데다 감사보고서 결과가 더해져 상장폐기 위기까지 나타난 것이다. 주가는 지난 3일 거래 재개부터 다시 정지에 들어간 4거래일동안 70%가량 폭락했다.

뉴지랩파마는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사들로부터 유망한 바이오기업으로 소개됐으나 현재 이 같은 사태에 처했다. 삼성증권, 흥국증권, 한양증권, 키움증권, 상상인증권 등 총 5개 증권사에서 6개 기업분석보고서를 냈다.

뉴지랩파마가 거래정지에 들어가기 불과 두 달 전에도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의 '신약후보물질 장단기 포트폴리오가 좋다'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다.

하 연구원은 "대사항암제 KAT는 동사 정체성이며 장기 성장 비전이다", "2023년 중에 의미있는 주가 변동성이 발생할 전망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 신약후보물질과 주가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하 연구원은 지난해 9월에도 뉴지랩파마 보고서를 작성했다.

거래정지에 들어간 뉴지랩파마의 기업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보고서에는 단 한 곳도 재무적 상태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우려 등 유의 문구가 나오지 않았다. /뉴지랩파마

회계상 불확실성에 의해 거래정지에 들어간 이들 기업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던 보고서에는 단 한 곳도 '재무적 상태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우려 등 유의 문구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 공시된 뉴지랩파마 장부상 부채총계는 517억 원, 자산총계는 299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자본잠식률 217%)상태다.

뉴지랩파마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백억씩 적자를 내기도 했다.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은 2020년 -226억 원, 2021년 -519억 원, 지난해 -719억 원으로 매 해 늘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로 얻게 되는 이익이 회사의 가치로 여겨지기에 실제 수익 여부가 용인되는 바이오 업체의 특성이 있으나, 모든 바이오업체의 재무 건전성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며 "'의견 거절' 사례의 경우 회계상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았거나 재무건정성이 매우 악화돼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증권사의 리포트를 보고 뉴지랩파마를 산 투자자의 경우 연초 대비 88% 주가 손실과 상장폐지 위험을 맞이하는 셈이다. 셀피글로벌 투자자도 기업보고서 발간 시 주식을 샀다면 90%가량의 손실을 봤다.

한 뉴지랩파마 소액주주는 "파이프라인 상용화와 상업화 가능성에만 집중하며 칭찬 일색이던 리포트들이 어디 갔나"라며 "기업분석 리포트면 응당 기업 재무구조나 불안정성도 짚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구원의 부실기업에 대한 보고서 작성이 부서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데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증권사가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에 내부 부서인 리서치센터와 연구원들의 독립성이 100%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다"며 "증권사가 관련 리포트를 내는 기업과 관계가 있거나 부서 간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 경우 보고서 작성이 고려되기도 하고, 쉽사리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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