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미국 증시가 29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권 파산 우려가 진정되고 기술주들의 실적개선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미국 국채금리도 소폭 올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0%(323.35포인트) 오른 3만2717.60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2%(56.54포인트) 오른 4027.81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9%(210.16포인트) 뛴 1만1926.24로 장을 마감했다.
S&P500 지수 11개 업종은 모두 상승 마감했다. 부동산(2.31%)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기술업종도 2.09% 상승했다. 이 밖에도 재량적소비재(1.91%), 에너지(1.5%), 유틸리티(1.44%), 금융(1.5%), 통신서비스(1.19%) 등의 상승률이 컸다.
종목별로는 SVB 파산 여파로 압박받은 은행주들이 상승을 이끄는 가운데 반도체, 전기차, 빅테크 기업 등 기술주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UBS 그룹은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를 앞두고 세르지오 에르모티 전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는 소식에 4% 이상 올랐다. '제2의 SVB'로 지목된 퍼스트리퍼블릭은 5.63% 뛰었다.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가 2.12% 오른 것을 비롯, 시티그룹(1.61%), 골드만삭스(0.72%)외 중소 지역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6.62%), 팩웨스트뱅코프(5.06%) 등이 상승 마감했다.
기술주들도 크게 뛰었다. 빅테크 대장주인 애플은 오는 6월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혼합현실(XR) 헤드셋 신제품을 공개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전 거래일에 비해 1.98% 올랐다. 아마존은 3.10% 뛰었고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도 2.33% 상승하면서 기술주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0.53%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은 14억 달러 규모의 재고 상각을 기록하는 등 당초 시장 예상치보다 악화된 실적을 냈지만, 최악을 지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7% 이상 폭등했다. 엔디비아(2.17%), AMD(1.62%), 퀄컴(3.09%)도 상승 흐름을 탔다.
전기차 관련주인 테슬라가 2.48% 오른 것을 비롯, 리비안(9.88%), 루시드(1.99%)도 상승 마감했다.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3.57%까지 올랐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09%로 상승했다.
마이클 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은 전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1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상대적인 규모가 큰 은행은 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바 부의장의 발언을 당국의 단호하고 빠른 위기 대처 신호로 해석했다. SVB 파산 이후 위기론에 휘말린 지역 은행의 파산 위기에 미 금융당국이 조기 대처를 통해 위기를 진정시킨 사례 역시 신뢰감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뉴욕증시가 은행주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는 모양새지만, 지속 상승을 위해서는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스위스쿼트은행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SVB의 파산에 따른 금리 하락에 수혜를 입은 S&P500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고 있다"며 "지수가 4000~4200을 넘기려면 다음 실적 시즌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Fed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61.4%,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38.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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