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같이 살길 찾자" 재계, 상생 경영 강화…키워드는 'ESG'


주요 대기업, 잇달아 협력사 대상 상생 행사 개최
동반 성장 지원책 마련…공급망 ESG 역량 강화 당부

지난 23일 수원 라마다 호텔에서 열린 상생협력데이에 참석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우수 협력사 대표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가 상생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물가 현상의 장기화 등 경영 환경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자 극복 방안의 하나로 '동반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협력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ESG 경영을 지원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협력사가 참여하는 상생 관련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가 지난 23일 수원 라마다 호텔에서 협력사 협의회(협성회) 회원사들과 함께 '상생협력데이'를 열었다. '상생협력데이'는 삼성과 협력사가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며 동반 성장 의지를 다지기 위한 자리다.

'상생협력데이'는 지난 2012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됐지만, 2019년 이후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다. 이번에 4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한종희 부회장, 삼성디스플레이 이청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김영재 협성회 회장(대덕전자 대표)을 비롯한 208개 회원사 대표 등 220여 명이 참석했다.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지난해 품질·생산 혁신, 신기술 개발, 기술 국산화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총 34개 협력사를 선정해 시상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그는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으로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명확한 전략 아래 함께 준비해나간다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ESG 경영과 관련한 철저한 대비를 요청했다. 내년부터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됨에 따라 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ESG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공급망 전체의 생존을 위해 ESG 경영에도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소·중견기업들의 ESG 경영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전담조직이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협력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협력사 대상 교육을 지원하는 상생협력아카데미 교육센터에서 온실가스 감축, 공급망 실사법 대응, 공정거래 정책 등 ESG 경영 관련 22개 과정을 신설해 현안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생산성 저하와 불량 등 협력사의 문제를 개선해 공장 운영 최적화를 지원하고 있는 상생협력아카데미 컨설팅센터 내 'ESG 지원' 기능을 신설해 협력사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역량 구축과 현장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협력사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설명회, 보유 특허 개방, 공동 투자형 기술개발 사업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23일 LG전자 창원R&D센터에서 협력사 대표 84명과 글로벌오퍼레이션센터장 왕철민 전무를 포함한 회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LG전자 협력회 정기총회'를 열었다. LG전자 협력회는 LG전자와 협력사의 동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한 자발적 협의체다.

지난 23일 LG전자 창원R&D센터에서 열린 협력회 정기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전자

마찬가지로 이날 행사에서는 공급망 단계 온실가스 감축 등 ESG 역량 강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행사에서는 공급망 단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협력사와 함께 공감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며 "실제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협력사 등 공급망 단계의 탄소중립 대응에 대한 요구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탄소저감 설비 투자를 위한 상생협력펀드 자금 지원, 탄소저감 컨설팅, 탄소배출량 조사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향후에는 협력사 탄소배출량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협력사의 탄소배출 관리 수준을 구매 프로세스에 포함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LG전자는 올해 경영 현황과 사업 방향을 공유하며 제조 경쟁력 강화 등 미래 준비를 위해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했다. 회사는 협력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내 자동화 시스템 전문가를 파견해 제품 구조나 제조 공법을 자동화 시스템에 적합하게 변경하는 등 스마트팩토리 구축 노하우를 전수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이자 자금 대출과 상생협력펀드 지원을 병행하며, 지원 대상을 국내에서 해외 진출 협력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왕철민 센터장은 "협력사의 경쟁력 확보를 상생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 준비를 위한 역량 강화를 위해 협력사와 함께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도 최근 ESG 경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상생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효성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같다는 조현준 회장의 동반 성장 철학 아래 섬유 사업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ESG 교육·컨설팅 지원, 친환경 인증 비용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효성티앤씨는 ESG 전문 컨설팅 업체와 함께 오는 6월까지 4회에 걸쳐 11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임직원 ESG 교육, ESG 진단·가이드, 개선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또 글로벌 친환경 인증 획득이 ESG 규제 대응 등 협력사들의 ESG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국내 섬유 업계 최초로 중소 협력사들의 친환경 인증 발급도 지원한다.

조현준 회장은 "ESG는 현재와 미래를 포괄하는 기업의 가치 기준이 되고 있다"며 "효성을 비롯한 협력사들의 ESG 경영 강화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섬유 트렌드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채용에도 도움을 주는 등 협력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ESG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효과가 1차, 나아가 2·3차 협력사까지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지가 기업 입장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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