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만리동2가=최지혜 기자] 최근 준공 6년 만에 아파트 1층 필로티 외벽이 무너진 서울 중구 만리동2가 '서울역 센트럴자이'. 입주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리업체와 건설사는 사고를 덮는 데 급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더팩트> 취재진은 22일 오전 서울역 공항철도 15번 출구와 5호선 애오개역 3번 출구 사이에 있는 이곳을 찾았다. 서울역 센트럴자이는 지난 2017년 준공한 1341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다. GS건설이 시공했고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S&D가 아파트 관리를 맡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서울역 센트럴자이 아파트 단지에서 필로티의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필로티는 건축물 하단부를 텅 빈 구조로 만들기 위해 세운 기둥이다. 이날 이 단지 111동에서 외벽 대리석이 떨어지며 굉음이 났지만 대피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벽이 무너진 동의 고층부에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 A 씨는 22일 오후 <더팩트> 기자에게 "전쟁이 난 것 같은 큰소리가 나 소스라치게 놀랐다"면서 "별다른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아 집 안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 천으로 가로막혀 있어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리석이 떨어진 필로티는 현재 현수막으로 가려져 있다. 이 단지의 시공사인 GS건설은 사고 다음날 오전 해당 필로티와 서울시가 설치한 지지대를 전부 가렸다. 이에 외부에서는 붕괴된 필로티와 슬래브(천장), 지지대 등 일체의 상태 확인이 어렵다.
사고 당일 굉음을 듣고 바깥으로 나와 무너진 아파트 외벽을 발견한 일부 입주민들은 이 단지의 관리업체 자이S&D 측에 안내방송을 요청했으나 업체는 이를 거절했다고 입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중층부에 거주 중인 입주민 B 씨는 <더팩트>에 "사고를 확인하고 업체 측에 안내방송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업체는 오히려 119 신고까지 만류했다"고 말했다.
늦은 저녁시간 주민들의 동요를 고려해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게 업체 측의 입장이다. 자이S&D 관계자는 "늦은 시간 주민들이 동요할 수 있어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면서 "입주민들이 경찰과 소방에 사고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에 지자체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입주민들에게 안심해도 된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합동 점검을 실시한 서울시와 GS건설 측은 건물 자체의 붕괴 위험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면과 육안 확인을 통한 1차 점검 결과 파손된 부분은 상부 하중을 받지 않는 비내력벽으로, 철거해도 건물의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안전 문제인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해 지지대를 설치했고,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추가 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중층부 입주민 C 씨는 "기둥의 콘크리트가 무너지고 철근이 나와있는 걸 봤는데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세대 내부 발코니와 건물 지하 곳곳의 벽에도 금이 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입주민 D 씨는 "아파트가 아예 무너지지만 않으면 외벽이 아무리 떨어져 나가도 상관이 없다는 말이냐"고 묻고 "지나는 사람이 잔해에 맞기라도 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GS건설 관계자는 자이S&D 측의 조치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향후 보수 계획에 대해서는 "입주민 측과 협의해 안전 정밀진단 업체를 선정하고, 원인이 도출되면 그에 따라 보강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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