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마침내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지 9년 만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는 출시 첫날부터 사용자 폭주로 인해 사용이 제한되기도 했다.
애플과 현대카드는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애플페이 출시 간담회를 열었다. 애플페이는 이날부터 국내 오프라인 가맹점과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애플페이는 우선 현대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물 현대카드나 앱카드 가운데 하나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애플페이 서비스를 사용해보기 위해 현대카드 발급부터 시작했다. 발급 절차는 간단했다. 홈페이지에서 적절한 혜택과 연회비의 카드를 선택한 뒤 필수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배송받기 전이었지만, 앱카드는 바로 활성화됐다. 현대카드 앱에서 안내하는 대로 몇 단계를 더 거치자 아이폰 '지갑' 앱에 애플페이용 카드 등록이 완료됐다.
점심시간을 맞아 지갑은 사무실에 두고 두 대의 휴대전화만 들고 식당 방문에 도전했다.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4'와 개인용 휴대전화 '아이폰 13미니'를 챙겼다. 손목에는 애플워치SE를 차고 발걸음을 옮겼다.
우선 가까운 맥도날드 매장을 찾았다.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담은 뒤 아이폰 측면 버튼을 두 번 눌러 애플페이를 활성화했다. 카드는 바로 표시됐지만 '지원하지 않는 카드'라는 알림이 뜨며 결제를 마칠 수는 없었다. 당혹스러운 마음에 바로 차고 있던 애플워치를 갖다 댔지만 역시 결제를 끝낼 수는 없었다. 결국 애플페이 대신 삼성페이를 사용해 결제를 해야 했다.
식사 후 커피 한잔을 하기 위해 찾은 카페에서도 결제는 불가능했다. 이날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안내된 매장인 폴바셋을 찾았지만, 앞서 식당에서와 똑같이 결제할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오늘은 애플페이 도입 첫날이라 오류가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도 "앞서 애플페이를 사용한 손님은 무사히 결제를 마쳤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편의점에서도 애플페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날 GS25와 CU 편의점을 찾아 아이폰과 애플워치로 각각 결제를 시도했다. GS25에서는 오류가 되풀이됐지만, CU에서는 계산이 됐다. 애플워치로 결제를 시도하자 손목에 가벼운 진동이 느껴졌다.
GS25 직원은 "애플페이 출시 첫날이라 결제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지가 본사 차원에서 내려왔다"며 "앞서 방문했던 손님 중에는 별도 결제 수단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애플페이가 상륙 첫날 잦은 오류를 낸 이유는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에 사용량이 폭주한 탓으로 풀이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오전에만 17만 명 정도가 애플페이를 등록했다"고 공유했다.
특히 현대카드 발급 시 해외 결제 수단으로 비자를 선택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스터를 선택하거나, 국내 전용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원활히 서비스를 사용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출시 이후 고객 유입이 단시간에 폭증해 등록과 이용에 일부 제한이 발생해 현재 조치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애플페이 사용을 위한 절차가 완료되면 고객에 문자 등의 알림을 전송하고 있다"며 "알림을 받은 뒤에는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페이의 본격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도 넘어야 하는 숙제다. NFC는 통신거리가 짧고, 보안성이 뛰어나 간편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은 단말기 보급률이 10%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NFC 방식 대신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방식을 활용해 삼성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외국에 가면 NFC 단말기가 상당히 보급돼 있는데 한국은 왜 안 되는지 답답하고 저로서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 큰 숙제를 마친 느낌"이라며 "한국 결제 시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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