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권 '슈퍼 주총 데이'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KB금융지주 주총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윤종규 회장의 거취에는 변동이 없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장기 집권'에 제동을 걸면서 KB금융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있으리라는 관측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금융권 정기 주총의 관전 포인트는 CEO·사외이사 교체다. KB금융 윤종규 회장의 경우 임기가 올해 말까지로 9개월 이상 남았으나 최근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윤종규 회장의 '4연임' 도전을 공공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4연임 하며 10년 동안 하나금융그룹을 이끈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 상황 속 KB금융의 호실적도 윤 회장의 '4연임 도전'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시작으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까지 임기 만료를 앞둔 회장들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세대교체' 등을 이유로 용퇴를 결정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압도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주인)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와 CEO 선임 절차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 윤종규 회장이 4연임을 도전하기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취임 이후 9년째 KB금융을 이끌고 있다.
KB금융이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6명 중 3명을 교체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은 이번 주총 안건으로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 추천했다. 권선주·김경호·오규택 사외이사에 대해선 재선임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관계자는 "신임 후보들은 엄격한 프로세스를 거쳐 추천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기존 이사회와 함께 전문성이 배가되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확대된 이사회의 전문성과 성별 다양성은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주도하고, 주주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더욱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윤종규 회장의 거취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윤종규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최근 분위기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KB금융의 경우 내부 후계 양성도 잘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 KB금융 노조, 사외이사 추천 여섯 번째 도전…안건 통과 여부는 불투명
KB금융 올해 주총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KB노조의 주주제안이다. KB노조는 해외사업 정상화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KB노조가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노조는 지난 2017년 금융권 최초로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추천에 나선 후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 도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KB노조의 주주제안 안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역시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노조추천이사제 이슈는 올해만 나온 것이 아니다"며 "외국인 주주들의 경우 ISS 의견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ISS가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만큼 노조의 여섯 번째 도전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