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문수연 기자] 휴젤이 미국에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조 기술에 대한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목표로 세운 휴젤이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메디톡스가 지난해 5월 미국에 등록한 '보툴리눔 독소 함유 용액으로부터 보툴리눔 독소를 분리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가 무효라며 지난달 21일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휴젤이 경쟁사를 상대로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휴젤 관계자 "해당 특허는 진보성이 없는 일반적인 제조 기술"이라며 "후발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심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으로 휴젤과 메디톡스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과 휴젤 아메리카, 파트너사 크로마 파마를 상대로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이 의심된다며 ITC에 제소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예비판결은 내년 1월, 최종판결은 내년 5월 나올 예정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9년 대웅제약을 상대로도 같은 이유로 ITC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ITC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하며 보툴리눔 독소 제제 '나보타'에 대한 21개월간의 미국 내 수입, 판매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웅제약이 항소했지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합의하면서 소송이 종결됐다.
휴젤은 대웅제약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방면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휴젤은 지난달 ITC에 소송 조기 종료를 요청했다. ITC에 제출할 서류 반출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지연으로 소송이 지연되면서 경영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ITC 담당 변호사는 "휴젤의 제안이 합당하지 않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송 조기 종료가 어려워진 휴젤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추가로 자료 반출 허가 승인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
휴젤이 이번에 제기한 특허 무효 심판은 앞서 진행 중인 소송과는 사안이 다르지만 결과가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휴젤이 적극적인 소송 대비에 나선 이유를 두고 미국 진출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휴젤은 북미, 오세아니아 등 신규 시장 진출을 올해 사업 목표로 세웠는데, 이 중 연간 2조 원 규모의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 시장 진입에 특히나 공을 들이고 있다.
휴젤은 지난 2021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가 보완요구서한을 받았으며, 보완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품목허가를 재신청했다. 휴젤은 연내 허가 획득과 현지 출시를 기대하고 있는데, 소송이 장기화 국면을 보이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FDA 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이번에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한 이유는 앞서 진행 중인 소송과는 관계가 없다. 산업 발전 측면에서 제기한 것"이라며 "'레티보'에 대한 FDA 품목허가의 경우 제품 자체에 품질 이슈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송과 별개로 봐야 한다. 연내 진출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휴젤의 무효 심판 제기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오후 2시 15분 기준 휴젤 주가는 12만4300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11.5%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