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기아의 대형 세단 'K8' 운전자 김 모 씨는 최근 가벼운 접촉 사고로 범퍼를 교체하기 위해 기아 공식 서비스센터인 오토큐를 찾았다. 그곳에서 김 씨는 "순정부품으로 수리하려면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범퍼 전면 일부가 깨지면서 교체해야 하는데 부품의 재고가 없다는 게 오토큐 측의 설명이었다. 결국 김씨는 정비소에 한 달째 차를 세워두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기아의 일부 모델 범퍼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선 서비스센터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범퍼 가니시(장식)와 전·후면 카메라 등의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데 이어 최근 범퍼 수급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경우에 따라 물량 확보까지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모비스는 기아의 'K3', 'K5', 'K8', '카니발', '쏘렌토' 등 일부 차종의 범퍼 부품을 일선 서비스센터로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공급이 지연되는 주요 부품은 범퍼 스키드 플레이트(차체 하부 보호용 덮개)나 범퍼 가니시(장식), 라디에이터 그릴, 전·후면 카메라, 범퍼에 장착되는 레이다 등이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가니시와 카메라 등 운행 자체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범퍼 부속품의 공급이 부족했지만, 최근에는 범퍼 커버 공급이 부족하면서 수리를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범퍼 커버는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부서질 경우 교체해야 하는데, 운행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국산차를 선택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정비의 편의성'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모비스의 부품 공급 차질은 국산차 브랜드가 가진 핵심 이점을 깎아내리는 것이다"며 "최근 국산차 가격도 많이 올랐기에 정비 편의성마저 잃는다면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기아 일부 모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한 달이 넘어서야 수리를 받았다", "수리비보다 렌탈비가 훨씬 많이 나오는 황당한 상황이다", "판매 못지 않게 사후관리가 중요한 것 아니냐" 등 수리 지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 공급 지연 사태와 관련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차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기아 일부 차종의 범퍼 등 부품의 수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부품 생산량 자체에는 변동이 없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신차 물량이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서비스센터 쪽으로 물량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력사의 생산 케파를 늘리고 정상화 작업을 진행해 3월 말부터 정상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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