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SM엔터 신주 취득이 무산된 카카오가 공개매수 카드를 빼들었다. SM엔터 인수에 승기를 잡았던 하이브로서는 위기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엔터 지분을 주당 15만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7일 밝혔다. 실패로 끝난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12만 원에서 3만 원 상향한 가격이다. 현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공개매수를 통해 35%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총 39.9%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로써 SM엔터 인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현재 하이브는 이수만 SM 창업자 겸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등을 포함해 15.8%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공개매수에 실패하면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SM엔터 신주 취득이 무산돼 수세에 몰렸지만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판을 다시 뒤엎게 된다.
일단 카카오의 실탄은 충분하다. 카카오엔터가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5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1차로 8975억원이 지난달 24일 납입됐다. 또 카카오는 현금·현금성 자산이 수조 원대에 이른다.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1조2000억 원 가량을 쓸 수 있는 배경이다.
하이브보다 쓸 수 있는 돈이 많은 카카오는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려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16일과 28일 이틀 동안 기타법인이 7%가 넘는 SM 지분을 사들였는데 이 기타법인이 카카오와 밀접한 관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SM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공개매수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엔터는 영상 콘텐츠 제작사, 웹툰 웹소설 플랫폼, 배우와 가요 기획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아이브가 소속된 스타쉽엔터 등도 있지만 K팝 분야에선 하이브에 많이 뒤쳐져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하이브에 우위를 점하려면 SM 인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SM은 1990년대부터 K팝 시장을 이끌면서 쌓은 방대한 지식재산권(IP)이 있고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대항할 버블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의 음악 사업은 멜론과 음원 유통, 아티스트 레이블 등 K팝 전 사업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SM의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음원, 아티스트 IP와 결합해, 글로벌 음원 유통 협력과 글로벌 아티스트 공동 기획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양사의 IP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다양한 IT 자산과 SM IP의 결합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SM은 자사 IP를 소비자의 니즈와 결합해 보다 효율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 이러한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는 K컬처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여 엔터 산업 전반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하이브도 SM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팬덤 플랫폼 버블을 확보한다면 본인들이 보유한 위버스와 함께 엄청난 시너지를 내게 된다. SM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카카오에 맞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돈은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해결할 수도 있다.
지분 확보전과 더불어 카카오와 하이브는 SM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며 시너지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소액 주주를 잡기 위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방해한 대규모 매입 건이 있었다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양 측의 공방은 이달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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