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매서운 꽃샘추위를 견디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IT 수요 감소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심도 길어지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9.5% 늘었다. 이는 외환위기가 본격화되던 지난 1997년 3월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 역시 늘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재고자산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52조1879억 원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자산이 50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5조6330억 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75%나 뛰었다.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고부가가치를 지닌 서버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0% 이상 하락이 예상된다. 낸드플래시 역시 전분기 대비 10~15%의 두자릿수의 가격하락이 전망된다.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인한 재고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실적도 암울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2조372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83.2% 축소된 실적이다. 일각에서는 1분기 DS부문에서만 2조 원 가까운 적자가 날 수도 있다고 보고 전망하고 있다. DS부문의 영업적자는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SK하이닉스는 2조7022억 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 원)에 비해 적자 폭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올해 1분기 최악을 찍은 뒤, 점차 반등을 시작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챗GPT' 등 초대규모 인공지능(AI) 수요가 높아지며 관련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늘어나며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의 실적 역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월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서비스가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지난달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최근 화제의 중심인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시작으로 많은 빅테크 기업이 AI 챗봇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이 분야가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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