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스페인·덴마크·포르투갈)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국 주요 기업인과 잇달아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지지를 적극 요청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이어갔다.
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특사 자격으로 3개국 총리 등 정부 관계자를 만나 부산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SK그룹 회장으로서 각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연쇄 회동을 통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이번 출장 지역이 신재생에너지 강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비즈니스 미팅도 덴마크의 베스타스, 포르투갈의 갈프 등 각국 에너지 분야 주요 기업과의 회동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대한상의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유치위 공동위원장, SK그룹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유럽 순방은 에너지 전환 분야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와 각국 간의 긴밀한 경제협력 차원임과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과 같은 인류 공동의 과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플랫폼이 되려는 부산엑스포의 비전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그린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글로벌 협력 방안 모색의 일환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 덴마크 친환경 에너지 기업과 연쇄 회동…협력 방안 머리 맞대
우선 최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풍력터빈 제조 세계 1위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의 헨릭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최 회장은 해상풍력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베스타스와의 협력 확대를 언급하며, 한국을 허브로 양사가 함께 베트남 등 동남아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수전해기술을 통한 그린수소 개발과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십 강화를 제안했다.
헨릭 앤더슨 CEO는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이 최적의 국가다"며 "SK와의 해상풍력 분야 협력을 진전시키고, 향후 그린수소 개발과 친환경 전기 기반의 전기차 충전시설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최 회장은 같은 날 세계 최대 그린에너지 투자운용사 CIP의 야콥 폴슨 CEO와 만나 해상풍력,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에너지 전반에 걸친 협력방안도 논의했다.
최 회장은 CIP 측에 해상풍력을 넘어 이를 통한 안정적인 수소 생산과 수출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CIP 측은 CIP가 덴마크 정부와 함께 북해 지역에 추진 중인 복합 신재생에너지 시설인 인공섬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에 대한 SK, 한국과의 공조를 제안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한국과 덴마크 정부 간 구축된 '녹색성장동맹'의 기반 위에 기업 차원의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해상풍력·수소·ESS·배터리 등 그린 밸류체인 전반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양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 포르투갈 갈프 CEO·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장관 잇단 면담
최 회장은 지난 3일에는 포르투갈 에너지 종합기업 갈프의 필리페 시우바 CEO와 면담을 가졌다.
최 회장은 "포르투갈 최대의 석유와 가스 기업인 갈프가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SK그룹과 유사하다"고 평가하며, 배터리·수소·SMR 등 신재생에너지와 순환경제 전반에서 협력 기회를 발굴해 가자고 제안했다.
갈프는 최근 탈탄소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이베리아반도를 비롯해 브라질, 모잠비크,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공급망 전반에 걸쳐 핵심 사업자로 부상하고 있다. 양사는 향후 SK와 해상풍력, 리튬 정제, 바이오 연료 개발, EV 충전시설 등으로 협력 범위를 지속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1일 스페인을 방문해 레예스 마로토 산업통상관광부 장관과 만나 스페인 최대 에너지기업인 렙솔과 SK그룹간의 오랜 신뢰 구축의 결과 성공적인 사업 성과를 내고 있는 고급윤활유 생산 합작법인 일복(ILBOC)의 사례를 소개하며, 양국 간 적극적인 상호투자와 인력교류 확대를 제안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업인이 특사 역할을 맡게 되어 엑스포 유치 지원을 계기로 유럽과의 경제협력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매개로 글로벌 시장을 지속 개척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