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이중삼·정소양·박경현·최문정·최지혜·이선영·박지성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김태환 기자] 바야흐로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오는 6일은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 '경칩(驚蟄)'인 만큼 포근한 게 느껴집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등교하며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따뜻해진 날씨와 달리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취업시장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에 홈페이지가 마비될 만큼 많은 지원자가 몰린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게 조선업계는 여전히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른 직종에 견줘 업무강도가 높고 위험하지만, 처우는 그대로인 게 문제인데요. 우리 조선업이 세계 최강을 유지하려면 급여 인상과 하청 구조 개선 등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에는 카카오를 비롯한 다종다양한 기업이 재택근무를 축소하면서 사원 복지 관련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유통업계에서도 야놀자가 코로나19 이후 시행해 온 자율원격근무제도(재택근무)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임직원들 반발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증권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경영권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고 있는데요. 하이브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카카오와 현 경영진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현대차 홈피가 마비됐다는데...조선업 '남 얘기'
-취업시장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주 현대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소식에 엄청난 숫자의 구직자들이 몰려 큰 화제가 됐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모빌리티 기술인력 채용'을 합니다. 지원 자격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으로 연령, 성별의 제한은 없고,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에서 원서를 받습니다.
-생산직임에도 첫날인 2일 오전부터 지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접속 지연 사태가 벌어졌고 오전 10시쯤 ‘1만8000명 대기자가 있다’는 문구가 떴지만, 이는 금세 사라지고 ‘다수 대기자가 있다’는 말로 대체됐습니다. 급기야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는 일시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400명을 뽑는 이번 신입 채용에 지원자가 10만 명 가까이 몰릴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취업성공까진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려울 전망입니다.
-고학력자나 다른 직장이 있는 사람도 많이 지원했다면서요?
-취업 스터디 카페,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 현대차 생산직 채용과 관련해 문의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석사 학위를 가진 지원자는 "너무 학력이 높아 떨어질 것 같다. 학력을 낮춰 지원해도 될까요"라고 문의했습니다. 특히, 대기업 사무직이나 현직 공무원 등 이미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지원하는 모습입니다. 취업과 관련한 수험서 베스트셀러 1~3위도 현대차 생산직 채용 대비 서적일 만큼 관심이 높습니다.
-사람들이 이처럼 많이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현대차 생산직은 직업 안정성이 좋습니다. 현대차 기술직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9600만 원이고, 만 60세 정년이 보장됩니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킹산직', '꿈의 직장'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등학교 졸업 이상이면, 연령·성별 등의 제한이 없다는 점도 지원자들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에 관심이 높다는 것도 현대차 생산직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과거에는 약간 박봉이거나 업무 강도가 높아도 개인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다면 버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소득이 일정 수준 보장되고 근무시간이 짧거나 복지가 좋은 회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생산직은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고 근무시간이 철저하게 지켜집니다. 여기에 정년도 확실히 보장되고 복지정책도 좋습니다. 대표 복지로 '차량 되팔기' 논란이 있었던 직원 차량 구매 할인 제도가 있습니다. 현대차 브랜드 차량의 경우 근속수에 따라 다르지만 차량 값을 최대 30%까지 할인받습니다.
-현대차는 생산직임에도 구직자들이 몰리는데, 조선업계는 아직 인력난에 시달린다면서요?
-조선업은 지난 2016년 불황으로 '수주 가뭄'을 겪으며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최근 업황이 회복되면서 일감이 급격하게 늘자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조선해양인적자원개발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조선업 생산직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9000명이 부족했고, 올해 말에는 부족 인원이 1만4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생산기술직 채용을 늘렸지만,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가 낮은게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대기업 조선사 초봉은 연 4000만 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현대차와 비교해 최대 2000만 원 가량 낮습니다. 또 조선업 생산인력은 대부분 협력사에 소속돼 있다보니 직접고용 하는 현대차보다 급여가 크게 낮습니다. 또 같은 생산직임에도 업무 환경은 조선사가 훨씬 열악한데요. 공장 실내에서 일하는 현대차와 달리 야외에서 주로 일을 해야 하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고공작업도 많습니다. 결국, 조선업이란 일은 힘든데 돈은 더 적게주는 셈이죠.
-조선업계에선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당장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종에 취업하는 외국인 근로자 인력 쿼터를 확대했고 저숙련 인력에 대한 비자 심사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외국인 채용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어도, 장기로는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열악한 작업 환경과 임금구조, 하도급 구조 등 문제의 근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대차 채용의 인기 비결이 '워라밸'을 보장하는 좋은 조건인 만큼, 조선업계에서도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적극 개선해 구직자들이 몰리는 환경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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