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을 앞두고 석유화학 업계가 이사회를 개최, 주요 안건을 속속 확정하는 등 막바지 준비에 나서고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예년과 비교해 큰 잡음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주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해 실적 부진에 시달린 상황을 되짚으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2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주총 안건을 확정한 뒤 이달 말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표 대결을 벌일 정도의 주요 안건이 없어 재무제표 승인 등 몇몇 주총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년간 주총 시즌 때마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개인 최대주주(8.87%)로 있는 점이 분란의 씨앗이 돼 경영권 분쟁에 시달렸다. 지난해의 경우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회사 측과 박철완 전 상무 측이 표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회사 측의 완승이었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해 주총 이후 "앞으로도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며 분쟁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올해 주총을 앞두고 어떠한 움직임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2번의 완패로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기 주총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이사진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재차 반대 입장을 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주제안 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박철완 전 상무가 별도로 만든 홈페이지에는 올해 신규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업계는 박철완 전 상무가 계속 침묵을 지킬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주총이 열리기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도 변수가 사라진 셈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올해 주총은 지난 2년과 비교했을 때 다소 조용히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조용한 주총'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먼저 지난해 신학철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놓고 잡음에 시달렸던 LG화학은 올해 무난한 주총을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분할로 인해 주가가 대폭 하락하는 등 지난해와 같이 주주들의 원성을 살만한 부정적 이슈가 없는 상태다. 회사는 오는 28일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임의 건을 상정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롯데케미칼도 마찬가지로 주총과 관련해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는 23일 주총을 개최하는 한화솔루션의 경우 이구영 큐셀부문(한화큐셀)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 주총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구영 대표 취임 이후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실적 상승세를 타고 있어 무난한 안건 통과가 예상된다. 이 밖에 한화솔루션은 이구영 대표와 함께 태양광 사업을 이끈 김인환 한화첨단소재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이들 기업은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을 향해 성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제고할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호석유화학,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모두 부진한 케미칼 부문 성적표를 내놓으며 신사업 성과를 확대해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석유화학 업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들은 석유화학 사업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번 주총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떠한 신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워낼지 충분한 설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