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77년 전통의 '간장 명가'(名家) 샘표가 수익성 반토막,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평가 낙제점 등 '겹약재'로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재무·비재무 부문 모두 '먹구름'이 끼면서 전문가들은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가 장남인 박용학 샘표식품 상무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시기가 미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샘표의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자세히 보면 △2633억 원(2017년) △2758억 원(2018년) △2810억 원(2019년) △3190억 원(2020년) △3489억 원(2021년) △3711억 원(2022년, 잠정) 등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1년을 기점으로 급전직하다. △179억 원(2017년) △196억 원(2018년) △295억 원(2019년) △411억 원(2020년) △219억 원(2021년) △103억 원(2022년, 잠정)으로 특히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영업이익이 53.2%나 줄었고 2022년에는 2021년 대비 52.8%가 줄어들면서 연속 '반토막'을 기록했다.
샘표는 당시 2021년 실적 악화 이유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꼽았는데 지난해 역시 원자재와 포장재 등의 가격 인상을 실적 악화 원인으로 들었다. 샘표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2년 연속 실적이 하락한 주요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물류비 등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샘표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ESG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환경은 D등급, 사회는 C등급, 지배구조는 C등급으로 최종 통합등급 C로 평가됐는데 특히 D등급은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지 못해 주주가치 훼손이 심려되는 수준을 나타낸다. 2021년과 비교하면 모든 부문의 등급이 떨어졌는데 이로써 샘표는 'ESG평가 취약군'에 속하는 지속가능경영이 어려운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21년에는 환경 B등급, 사회 B+등급, 지배구조 B등급으로 통합등급 B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샘표의 등급 하락 요인은 '평가 모형'이 달라져서다. 자세한 평가 모형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국ESG기준원이 간략하게 정리한 자료를 보면 2021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글로벌 기준 △ESG 거버넌스 등을 집중 평가한다고 돼 있다.
ESG등급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 지표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국내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61.6%의 기업이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도 ESG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고 응답했다. ESG경영이 중요해지는 이유로는 △국내외 고객사의 요구 확대(53.0%)가 가장 많았다. 이어 △ESG 규제 도입(35.1%) △연기금 등 투자자 요구 확대(7.0%) △소비자의 요구 확대(4.9%) 순이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은 ESG경영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경기부진을 극복하고 기업의 성장과 도약을 가져올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샘표가 ESG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각 부문별로 성과를 내왔다. 샘표가 취재진에게 제공한 'ESG경영 자료'를 보면 환경 부문은 △2019년 소비자가 직접 뽑은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 선정 △친환경 패키지 도입 △2021년 제15회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수상 △각종 친환경 캠페인 실시 등의 노력을 했다. 사회 부문은 △2021년 소비자중심경영 인증 획득 △2022 대한민국 소비자대상 4년 연속 '사회 가치 실현' 부문 수상, 지배구조 부문은 △단 한차례 노사분규 없는 노사관계 △2022년 2분기부터 TFT 구성·운영 등의 활동을 해왔다.
샘표는 ESG등급 하락에 대해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ESG경영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샘표 관계자는 "앞으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적극 나서며 ESG경영을 통한 사회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경영 승계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실적과 ESG등급이 하락하는 상황을 비롯해 내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박 상무가 아직 제대로 된 능력 검증이 안 된 상태이므로 무리하게 승계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시기가 좀 늦춰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또 ESG경영의 경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올해 ESG등급은 더 나빠지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1978년생인 박용학 상무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6년간 LG전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샘표식품에 2018년 초 입사했고 2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샘표는 지금까지 장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줬기 때문에 박 상무는 가업을 이끌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