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즈토크<상>] 거센 외풍에 ‘KT맨’ 구현모 대표 끝내 연임 포기…차기는 누구?


차기 대표,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 등 KT 외부 인사 대거 거명

연임을 도전하던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23일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올해 KT그룹 신년식에 참석해 발언하는 구 대표의 모습. /KT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문수연·이중삼·정소양·박경현·최문정·최지혜·이선영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이중삼 기자]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지난주에는 설렘을 품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대학생들의 입학식·졸업식이 전국 각지에서 열렸는데요. 경제계에서도 마냥 설레는 한 주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어두운 이슈들이 한 주를 가득 장식했습니다.

IT업계에서는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공식 선언한 지 108일 만에 도전을 멈췄습니다. 구 대표는 임기 중 서비스매출 16조 원 돌파와 주가 90% 상승 등 큰 성과를 냈으며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연임에 무게가 실렸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 절차의 공정성과 연임 과정의 불투명을 지적하자 고심 끝에 중도 하차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T는 이와 별개로 28일까지 면접 심사 대상자를 압축해 1차 심사 대상자를 선정·공개하고 다음 달 7일에는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1인 대표 후보자를 선정해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이슈였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는데요. 2021년 8월 이후 1년 반 동안 이어온 금리인상이 잠시 '쉼표'를 찍었습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의 의미를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고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금리인하 돌입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지만 이 총재는 물가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헬릭스미스와 소액주주의 분쟁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연합회 소속 주주와 소액주주연합회가 추천한 사내이사를 고소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주주총회 당시 제출된 서면위임장 가운데 주주 본인의 동의 없이 위임장이 위조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자료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소액주주연합회는 무고죄로 맞대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사 모두 갈등이 소송으로 번지면서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 '구현모 연임 선언 108일 만에 백기'...씁쓸한 퇴장

-IT 업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주 가장 큰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포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네. 연임에 도전한 구현모 대표는 지난 23일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연임을 공식 선언한 지 108일 만의 일입니다.

KT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총 34명인 KT 대표 후보는 33명으로 줄었습니다. KT 이사회는 이 33명 중에 대표를 가리는 선임 절차는 예정대로 이어간다는 구상입니다.

구 대표는 오는 3월 KT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칠 예정인데요, 그때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등 정해진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할 예정입니다.

-구현모 대표는 앞서 유력한 차기 대표로 꼽혀왔는데 KT 내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구현모 대표의 갑작스러운 후보 사퇴에 KT 내부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1987년 KT에 입사한 이후 2020년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까지 오른 'KT맨'으로 꼽혔습니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 KT 노동조합원의 99%가 가입한 최대 노조인 'KT노조'가 지난해 12월 구 대표 연임 지지 선언을 내며 힘을 보탠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최장복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구 대표의 경영 성과는) 인력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을 통해 고용 안정을 위협하면서 달성한 게 아니라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달성했다"면서 "구 대표의 연임을 지지·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구현모 대표는 2020년 3월 대표로 선임된 이후 KT 체질 개선에 집중해 왔는데요. 통신을 넘어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ICT 영역으로 저변을 넓히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의 성과가 큰 만큼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네. 구현모 대표는 디지코 성과에 힘입어 임기 중 서비스매출 16조 원 돌파, 주가 90% 상승 등의 성과를 냈습니다. 이러한 경영 성과에 이미 두 차례나 단독 차기 대표 후보로 선정될 정도였습니다.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후보에서 사퇴한 가운데 서울시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앞에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찬성하는 현수막이 위 아래로 붙어 있다. /최문정 기자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16일에는 현직 대표로서 연임 우선심사 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여권 등이 '셀프 연임', '황제 연임' 등을 주장하고 공정성과 관련한 비판을 내놓자 경선 절차를 추가했습니다. 구 대표는 같은 달 28일 내외부 후보 복수 경선 절차를 통해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그러나 외풍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CEO 선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공익에 이바지한 기업들"이라면서 "(사기업에 대한)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는 않으나,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구현모 연임 반대'라는 전망이 팽배했습니다.

KT는 이에 지난 9일 지금까지의 대표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공개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를 찾겠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구 대표는 세 번째로 후보자 신분으로 심사 결과를 기다리다 결국 중도 하차했습니다. 그런데 구 대표는 자의반 타의반 물러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연임 의지와 별개로 결국 마지막 관문을 절대 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차기 대표 후보를 스스로 철회했다는 것이죠.

-유력후보가 사라졌으니 차기 대표를 둘러싼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업계에서 유력하게 보고 있는 후보는 누가 있나요?

-통신업계에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둘러싸고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만큼 KT 외부 인사의 대표 선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KT가 공개한 대표이사 후보 지원자 명단에 따르면, 새누리당 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권은희 전 의원(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을 비롯해 윤 대통령 후보시절 자문을 맡은 김기열 ICT희망운동본부 본부장(전 KTF 사장), 3선 국회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냈고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IT특보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정치권 인사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특리 윤진식 전 장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급부상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 대통령 선거전에서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했습니다.

물론 연임을 포기한 구현모 대표와 함께 디지코를 이끌어 온 KT 현직 임원이 대표를 이어받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특히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과 강국현 커스터머 부문장(사장)등이 주요 후보로 꼽힙니다.

-직원 5만8000명에 50개 계열사, 재계 순위 10위권의 KT의 차기 선장은 누가 될 것인지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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