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오는 3월 미국 IT기업 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각축전이 예고된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가 동맹을 맺으며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도 애플과의 협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네이버파이낸셜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0일 디지털라이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는 각각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이번 협력으로 315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은 삼성페이 결제 방식 도입을 통해 전국 대부분의 오프라인 결제처에서도 편리한 사용성과 혜택을 끊임없이 경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은 기존 약 12만 개의 현장 결제 가맹점에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한 약 300만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 이용에 따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페이 사용자들 역시 55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주문형 가맹점을 새로운 결제처로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애플페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번 동맹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페이는 이들이 업무협약을 발표하기 2주 전인 지난 8일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업계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애플페이 서비스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일종의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22일 공개한 '2023년 금융소비 트렌드와 금융 기회' 보고서를 통해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에 따른 간편결제 확산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간편결제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실적은 2317만 건으로 전기 대비 8.2% 증가했다. 간편결제 하루 평균 거래액은 7232억 원으로 같은 기간 10.7%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애플페이가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애플페이가 빠르면 이달 말 국내 론칭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도입되더라도 이를 쓸 수 있는 NFC 단말기가 모든 가맹점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NFC 단말기 대수는 전체 280만 카드 가맹점 중 6만~7만여 대로 약 5% 미만이다.
이에 따라 시장 초기 진입과 안정적이 안착을 위해 이미 시장 기반을 다진 카카오페이와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미 두 회사는 이전부터 협업을 통해 관계를 맺어왔다. 카카오페이는 2019년 7월 간편결제 서비스 최초로 iOS 콘텐츠 플랫폼에 '카카오페이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애플 월렛에 카카오 멤버십을 연결하고 애플워치에서도 카카오페이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앱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아이폰 연동 서비스를 꾸준히 출시해왔다.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도 애플과의 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라이벌 구도에 있는 삼성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손을 잡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카카오페이도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백승준 카카오페이 사업총괄 리더는 "애플페이가 결제 방식 등 어려움을 뚫고 성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 하에서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카카오페이가 애플과의 협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페이가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1위 간편결제 서비스로 자리매김했고 국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카드사인 현대카드와 제휴를 맺으면서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에서 강자라고 하는 삼성페이가 상당히 위협을 느낀 것 같고, 네이버페이도 애플페이 견제를 위해 삼성페이와 제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페이도 시장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애플페이 등과 협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페이 측은 말을 아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페이 상륙과 함께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면서 장기적으로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초단기 고객 유치를 위해 카드사들이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가 떠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간편결제 시장이 더 치열한 각축전이 될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부가 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지나치게 경쟁이 가속화되면 초단기에 결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카드사가 떠안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혜택을 줄이는 등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