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파트너로 결정됐다. 시장에서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를 잠재우고 호재를 안은 LG에너지솔루션 주가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포드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 튀르키예 기업 코치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합작공장은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들어선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6년, 연간 생산 능력은 초기 25기가와트시(GWh)에서 향후 45GWh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포드가 생산하는 상용차에 주로 탑재될 예정이다. 현재 포드와 코치는 튀르키예에서 합작사 포드 오토산을 통해 매년 45만 대 규모의 상용차를 생산 중이다. 생산 물량 대부분은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선점하고자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 전략과 품질 및 성능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포드의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MOU 체결 배경을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연간 20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단독·합작형태로 전 세계 6개 국가에 생산라인 체제를 구축한 유일한 업체로,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 역량과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385조 원에 이른다.
금번 합작법인 추진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시장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포드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유럽 상용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한 브랜드다. 포드 대표모델인 '트랜짓'의 경우 2018년~2022년 5년 연속 글로벌 LCV(미니버스·밴 등)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포드는 202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20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포드 플러스'라는 이름의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신차 판매 중 전동화 차량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올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생산공장의 생산능력을 300GWh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설투자 또한 지난해 대비 50% 이상 늘리고, 연간 매출도 25~30% 이상 증가시킨다는 방침이다.
◆ 오버행 우려 불식에 IRA 호재까지…기대감 '솔솔'
시장에서는 호재를 안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추이다. 더욱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버행 우려도 떨쳐낸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직원들에게 배정한 우리사주 물량은 지난달 27일을 기점으로 1년간의 보호예수가 끝났다.
이에 따라 같은 달 30일부터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의 매매가 가능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9564명의 직원에게 주당 30만원씩 총 815만4518주를 배정했다. 직원들은 1인당 평균 2억5560만원을 투자, 852주를 받았다.
당초 시장은 공모가(30만 원) 대비 수익률이 적지않은 만큼 우리사주 물량 대다수가 시장에 풀릴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사주 주식은 전체 발행주식 2억3400만주 가운데 3.4%에 불과하지만, 발행주식 가운데 대주주 지분 등을 제외한 실제 유통물량에 견준 우리사주의 비율은 23.1%에 이른다. 주가를 출렁이게 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그러나 우리사주로 주식을 취득한 직원들은 주가 상승 동력이 여전하다고 판단, 매도가 아닌 보유를 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 상승의 모멘텀은 또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구체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미국 IRA 세부 지침 발표 시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여부에 따라 이미 미국 배터리공장을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가 관점에서 기대 가능한 모멘텀으로는 IRA상 AMPC 세액공제 규모 구체화에 따른 실적 추정치 상향 가능성, 북미/유럽 OEM 중심 추가 수주 기대감 등이 있다"면서 "우리사주 오버행 이슈 해소 이후 주가 상승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체인 간 수익성 조정 가능성 등은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슈지만 미국의 가파른 전기차 시장 성장과 높은 원가를 감당하게 하는 IRA 세부 시행령을 만족시킬 수 있는 비중국 톱티어라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23일 오전 11시 17분 기준 전 거래일(50만8000원) 대비 0.39%(2000원) 오른 51만 원을 가리키고 있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70.00%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119조1060억 원으로, 당사는 코스피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