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보다 경기 안정 택한 한은…금리 인상 시계 멈췄다


기준금리 3.5%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물가보다는 경기 침체 우려에 더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7회 연속 이어져 온 금리 인상 시계도 일단 멈췄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부합한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0~15일 48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택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를 기록했고,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무역수지도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제시한 1.7%에서 1.6%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단기적 경기 부진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3.6%에서 3.5%로 0.1%포인트 내렸다. 경기는 어렵고 물가는 잡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해 기준금리 동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금리 인상 행보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한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는 4.5%~4.75%로, 한미 금리 상단이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Fed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양국간 금리 차가 사상 최초로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 경우 자본 유출과 환율 등 외환시장에 대한 한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물가 수준도 5%대로 여전히 높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전월(5.0%)보다 소폭 높아진 가운데 이달 기대인플레이션도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선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적정 기준금리 수준과 관련해 "금리 적정 수준은 향후 물가흐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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