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통위 D-DAY…'동결 vs 인상' 두고 전망 엇갈려


"경기냐 물가냐"…한은 고심 깊을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경기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인 가운데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국은행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2021년 8월부터 10차례에 걸쳐 3.50%로, 3%포인트 인상했다. 만약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경우 1년 7개월 만에 한은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과 '인상'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동결론'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0~15일 48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가계 부채 문제와 경기침체 우려에 기준금리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국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로,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반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온 무역수지도 이달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5억4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낮췄다. 한은 역시 이번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기존 대비 0.2%포인트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식 물가가 둔화 흐름을 보인 가운데, 1월 금통위에서 위원들이 주목했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공공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며 "2월 FOMC가 부재한 가운데, 미국 2월 물가·고용 지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경기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인 가운데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더팩트 DB

반면 난방비에 이어 택시비, 식료품비 인상 등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고, 소비자물가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도 석 달 만에 다시 4%대로 올라서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2%로, 전월(5.0%)보다 확대됐다.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3개월 만에 다시 4%대에 진입했다. 한은이 지난 21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0%로, 1월(3.9%)보다 0.1%포인트 올랐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 3.8%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들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현재 1.25% 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의 연방 기금 금리는 4.25~4.50%로, 상단만 봤을 때 금리 차이가 1.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오는 3월 21~22일(현지시각)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1.2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1.25% 포인트 차는 2000년 10월(1.50% 포인트)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국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진다.

한은은 지난 21일 업무보고 자료에서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연중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와 함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3월 점도표가 상향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상방리스크다"며 "작년 한은 총재는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강화될 때마다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의 전제가 달라졌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미 금리차가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단 부담이 있다"고 진단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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