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자놀이', '돈 잔치'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던 금융업계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성과금을 두고 노사 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현대차그룹 내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와 비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전날(20일) 조성환 사장 명의의 공지문을 통해 직원 1인당 300만 원을 '특별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첫 매출 50조 원 돌파에 성공한 만큼 구성원들의 노력을 격려하기 위해 격려금 지급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회사의 성과를 구성원과 공유하겠다'는 보기 좋은 상생 경영의 사례 같아 보이지만, 회사 내부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은 모양새다. 공지문이 나오기 직전까지도 현대모비스 노사는 이번 특별 격려금 액수를 두고 기 싸움을 벌였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모비스위원회 측이 "현대차와 동일한 금액을 달라"며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이 노조와 직접 만나 논의에 나선 가운데 노사 양측은 4일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접점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새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100만 원' 차이를 두고 벌어진 현대모비스 노사 간 불협화음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는 노조 측 주장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 기아 모두 400만 원 성과금을 줬으니, 우리도 그만큼을 달라'는 것인데 수십 년째 회사 간판은 달라도 '현대자동차지부'로 묶여 있는 하나의 노조로 한몸처럼 움직여 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같은 맥락으로 1년 전에도 데칼코마니처럼 꼭 닮은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3월 현대차와 기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어려운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며 격려금 명목으로 1인당 400만 원의 현금을 지급했다.
당시 현대모비스도 특별 격려금 명목으로 1인당 300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는데 그때도 노조가 '현대차·기아와 같은 수준의 격려금을 지급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에 나서자 회사 측은 결국 100만 원의 목표달성독려금을 추가 지급했다.
현대차·기아와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수익을 살펴보면, 상황은 확연하게 다르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조81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0% 늘었고, 기아 역시 7조2331억 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42.8%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은 2조2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오히려 0.7% 줄었다. 조 사장이 공지문에서 "지난해 경영 성과가 비록 모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역성장한 영업이익과 무관하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현대차와 기아는 지급 예정인 돈의 성격을 지난해 '격려금'에서 올해는 '성과금'으로 재정의했고, 현대모비스는 1년 전과 그대로 '격려금'을 유지한 것이다. '격려금'의 사전적 의미는 '용기나 의욕이 생기도록 북돋워 주기 위해 주는 돈'으로 노조와 협의사항이 아닌 사측의 결정 사항이다.
만일 현대차에서 글로벌 수요 감소 여파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한다고 예를 들어보자. 과연 그때도 현대모비스 내부에서는 '1노조' 기조를 내세우며 구조조정에 동참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올까. 혹여 기아가 주주 환원책의 일환으로 파격적인 배당정책을 발표했다고 치자.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너희 같은 계열사잖아'라며 똑같은 배당혜택을 요구한다면 어떨까.
'노사 상생'이라는 선례를 차곡차곡 쌓아갈 기회를 매년 똑같은 생떼로 걷어차는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공감을 얻지 못하고, 명분을 잃은 격려금은 결국 노력 없이 공으로 얻는 '눈먼 돈'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노사를 향한 싸늘한 시선을 넘어 현대모비스라는 회사 전체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뿐이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