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루나·테라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비트코인 1만 개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소장을 통해 권도형 대표가 테라 생태계의 비트코인 1만 개를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콜드월렛'(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은 하드웨어 암호화폐 지갑)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2만4000달러로, 비트코인 1만개는 한화로 3120억 원 수준이다.
SEC는 권 대표가 지난해 5월부터 주기적으로 콜드월렛에서 비트코인을 빼내 스위스 은행을 통해 현금화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법정화폐로 인출했다고도 설명했다. 그가 지난해 6월부터 이날까지 스위스 은행에서 인출한 자금은 1억 달러(1300억 원) 이상으로 파악됐다.
앞서 전날 SEC는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연방법원에 고발했다. 권 대표는 무기명증권을 제공, 판매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등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7000억 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SEC는 "권 대표가 2018년 4월부터 상호 연결된 디지털 자산을 판매하면서 투자자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모금했다. 권 대표가 투자자들을 반복적으로 오도했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가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동반 폭락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견해다.
현재 한국 검찰도 권 대표의 시세 조종 혐의를 좇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권 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권 씨의 소재지가 불분명해지자 그의 여권 효력을 박탈했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세르비아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나는 절대 숨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도주를 부인했지만 세르비아에 주소지 등록까지 마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