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잇달아 주요 계열사의 지방 사업장 점검에 나서며 현장경영에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이 회장은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과 연구개발(R&D) 역량,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점검했다.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본 지 10일 만에 다시 지방 사업장을 찾은 것으로 '미래 선점'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의 투자와 지방과의 상생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가진 경영진 간담회에는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간담회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급속 충전용 칩에 활용되는 WLP(웨이퍼 레벨 패키지)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봤다.
이어 온양캠퍼스로 발걸음을 옮긴 이 회장은 간담회를 갖고 패키지 기술 개발 부서 직원들을 격려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개발자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신기술 개발 목표, 애로사항 등에 대해 설명했고 이 회장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이재용 '현장경영', 미래 선점 위한 공격적 투자 발판 마련에 초점
이 회장의 잇단 지방 사업장 방문을 두고 재계에서는 "미래 선점을 위한 공격적 투자 구상과 지방과의 상생 의지를 담은 전략적인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각 사업장의 맡고 있는 핵심 기능 역시 이 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 회장이 잇따라 방문한 패키지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앞으로 10년 이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자산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확대해 나갈 수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기술적 변곡점에 있는 분야로 꼽힌다.
'후공정'으로 불리는 반도체 패키지는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공정이다. 전기 신호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고 외형을 가공해 제품화하는 필수 단계지만, 팹리스(설계)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전공정에 비해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미세공정 경쟁'이 기술적인 난제와 엄청난 비용이라는 문제는 물론 주요 IT 업체들이 독자 칩을 개발하는 추세까지 본격화하면서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지 역량은 반도체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특히, 파운드리 선발 주자인 대만의 TSMC는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 패키지 기술에서 삼성전자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패키지' 기술에서도 도약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QD OLED의 경우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압도적인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과제다. LCD에서는 이미 중국과의 기술적 차이가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QD OLED 기술 선점은 미래 디스플레이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화권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다"며 "이재용 회장은 '앞선 기술'을 조속히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육성을 고려해 전략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함께 성장하는 것, 세계 최고를 향한 길"…중기·협력사·지방과 '동행' 지속
이 회장의 행보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강조한 그의 '상생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광주사업장을 방문한 것을 기점으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스마트공장 △삼성화재 유성연수원·SSAFY(삼성 청소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등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협력업체·중소기업·지역인재 육성(SSAFY) 등 지방 경제 활성화에 중추 역할을 하는 각 주체들을 찾아 격려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SSAFY를 통한 인재 육성은 지방의 취업난 해소는 물론 지방 기업의 '소프트웨어(SW) 인재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등 글로벌 위기 때마다 주요 사업장은 물론 지역 중소업체와 협력사를 찾아 소통을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광주에 있는 협력회사를 찾았을 때도 이 회장은 "협력회사가 잘 돼야 삼성도 잘된다"며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최근 행보는 지방에 소재한 '첨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모색하고, 이와 연계한 지방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는 '미래 동행' 철학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