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다" HMM, 대규모 투자 '불황 타개책' 될까


선복량 확대·친환경·디지털에 15조 원 과감한 투자로 대응

HMM이 최근 1조4128억 원 규모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9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선복량 확대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해운업계가 불황이지만, 투자를 늦추면 다시 호황이 왔을때 선박 부족 등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뉴시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HMM이 불안한 해운업황 속에서도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투자가 위축될 경우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에서 밀려 오히려 생존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현대삼호중공업, HJ중공업과 9000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선박 발주는 국내 해운사 가운데 친환경 연료 사용 선박을 발주한 최초 사례이며, 금액은 총 1조4128억 원 규모다.

HMM의 이번 친환경 선박 발주를 두고 업계에서는 해운업계의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선복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양오염을 다루는 MEPC 회의에서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위해 에너지 효율규제인 'EEXI'와 탄소배출량을 직접 규제하는 탄소집약도지수(CII)를 도입한다. 규제로 인해 올해부터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선박의 경우 운항이 제한되며, 등급을 측정해 규제에 3년 연속으로 규제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폐선해야 한다.

하지만 해운사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에는 최근 해운업황은 밝지 않다. 국제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1006.89를 기록, 지난해 초(5109.6)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했다. 해운 업계에서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에 따른 SCFI가 조만간 100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HMM은 투자 확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HMM 관계자는 "지난 2010년 국내 해운사들의 위기는 적기에 투자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업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초대형 선박 발주를 못했고, 이 때문에 경기가 개선된 이후 초대형선을 확보한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2~3년간 HMM을 비롯한 글로벌 선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특수를 맞아 많은 돈을 벌었는데, 업황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자금을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적기에 투자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경기 흐름 사이클상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데, 호황일 때보다 불황일 때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앞서 HMM은 지난해 7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2026년까지 선복량 확대, 친환경선박 투자, 항만 인프라 투자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15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HMM은 선박과 터미널·물류시설 등 핵심 자산에 10조 원, 사업다각화를 위한 미래전략사업에 5조 원,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 디지털 전환에 15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선복량 부문에서는 현재 82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수준인 컨테이너선 선복량을 오는 2026년까지 120만TEU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벌크(건화물)선의 경우 현재 29척에서 55척으로 90% 늘리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중심으로 10척에서 25척으로, 드라이 벌크는 19척에서 30척으로 확대한다.

친환경 부문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메탄,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 기반의 선박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선박의 80%를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부문은 선복 판매 플랫폼 '하이퀏(Hi Quote)'을 토대로 인공지능(AI) 운임 솔루션과 내륙 운송 연계 서비스 등을 추진한다.

HMM 관계자는 "아직 HMM의 컨테이너 선복량 규모는 글로벌 선사와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선복량 확대, 친환경 선박 확보, 인프라 항만 투자를 지속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