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장기간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고려해 경기를 살리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3.5%로,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금리를 꾸준히 올려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인상'할지 의견이 나뉘고 있다.
◆ 한국 '동결', 미국 '베이비스텝' 단행 시 한미 금리 격차 1.5%포인트까지 벌어져
우선 한은이 통화긴축에 속도를 냈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실제 1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앞서 미 연준이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가 됐다.
시장은 미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고, 고용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판단에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4% 올랐다. 이는 지난해 12월(6.5%)보다는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6.2%)를 상회하는 수치다.
반면 1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시장 전망치의 3배 수준인 51만 7000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도 3.4%로 집계돼 지난 1969년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금리 동결을 선택하고, 미 연준이 3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한·미 금리 역전은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서민 등골 휘어…'경기' 강조하며 동결할 수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물경제를 감안해 '동결'을 택할 것이란 주장이다.
고금리 여파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데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물가 안정이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물가와 경기 모두 신경 쓰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전과 달리 경기를 강조했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금리 정점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월 금통위에서 당분간 금리를 3.75%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3명, 3.5%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3명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 위원은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 영역에 진입한 데다, 올해 들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위원도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부진과 금융안정 리스크 측면의 부담을 고려해 추가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권하고 있는 분위기도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욱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3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소비자물가가 3% 미만으로 안정화되기 전인 5월까지는 상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차단하고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