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최문정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15일 "인공지능(AI) 시대에 일어날 기술 혁신의 중심에는 항상 메모리 반도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AI 시대,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 연설했다.
그는 IT산업의 혁신에 메모리반도체가 중심이 돼 왔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예로 들면서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가 하드디스크(HDD)에서 메모리 기술의 발전으로 낸드 메모리로 대체되며 스마트폰 혁신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시작으로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AI챗봇 서비스를 준비하는 만큼, 향후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대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시대가 펼쳐지고 관련 기술이 진화하면서 글로벌 데이터 생성, 저장,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고속 D램인 HBM은 AI 시대 기술 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처리장치(CPU)에 직접 연결되는 기존 메모리 용량 확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CXL 등 공유 메모리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부회장은 이와 같은 대전환의 시대에 한국이 반도체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반도체 인재 육성 △정부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 노력 △미래 기술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에 따르면 2031년 기준, 총 5만4000명 수준의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그는 전국 지역 거점 대학에 반도체 특성화 성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또한 대기업, 소부장, 학계가 함께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미니 팹'(Mini FAB) 구축도 제안했다. 미니팹은 기업과 학계의 연구 결과나 시제품 분석, 양산 테스트를 지원할 수 있도록 반도체 공정을 최소화한 시설이다.
박 부회장은 고효율·고성능 메모리가 친환경 미래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서버용 D램이 DDR4에서 DDR5로 전환되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누적 29.2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약 1167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다.
박 부회장은 "한국 반도체가 고효율·고성능 제품 개발로 지구와 인류에 기여하고, 이러한 리더십이 다시 업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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