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문수연 기자]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원장이 의료 행위에 참여하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 간호사'를 채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PA 간호사의 합법화 논쟁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 삼성서울병원, PA 간호사 논란에 박승우 원장 경찰 수사까지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박승우 원장과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해 12월 삼성서울병원이 낸 채용 공고에서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고 1명을 채용했다. PA 간호사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PA 면허제도가 합법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금지되고 있다. 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수술 후 봉합이나 주사, 시술을 하게 되면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
삼성서울병원의 PA 간호사 채용 사실이 알려지자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지난 3일 박승우 병원장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임 회장은 "PA 간호사는 현행법상 완전히 불법인데 내로라하는 병원에서 불법성과 환자 안전에 대한 인식 없이 이런 행위가 공공연하게 발생했다는 게 놀랍다"며 "대형병원이 공개 채용을 통해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만연해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식으로 충분한 비용을 들여 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간호사를 쓰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며 "경찰은 그 어떤 외압 없이 철저히 수사해 박승우 원장과 불법 채용에 응한 간호사들을 법에 따라 엄히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오해라고 해명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 용어를 잘못 사용해 오해가 생긴 것으로, 간호사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적절한 용어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를 쓴 거라 채용 공고를 냈다는 것 자체는 의료법 위반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실제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 세부 사안을 들여다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 PA 간호산 논란 "의료인 면허체계 붕괴" vs "적정 진료 이뤄지도록 사회적 합의 필요"
PA 간호사를 두고 둘러싼 논란은 이전부터 지속돼왔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2021년 PA 간호사 명칭을 '임상전담간호사'로 변경하고 소속을 간호본부에서 진료과로 바꿔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2020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PA에 대해 "환자와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PA를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병의협은 "불법 PA 의료행위는 의료인 면허체계의 붕괴, 의료의 질 저하, 의료분쟁 발생 시 법적 책임의 문제, 전공의 수련 기회 박탈, 봉직의사의 일자리 감소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사 인력난 해소를 위해 PA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의대정원정책에 대한 심층적 분석 연구'를 주제로 진행한 제21회 보건의료포럼에서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폭증한 의료수요는 의료 질 관리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PA 채용 확대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적정 진료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복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상급종합병원 4곳, 종합병원 4곳에서 50개 의료행위에 대해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다만 복지부는 이번 사업에 대해 "현행 면허 범위 내 모호함을 해소하려는 취지로, PA 양성화 계획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