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vs 대웅제약' 보톡스 전쟁 2라운드…휴젤·휴온스까지 후폭풍


대웅제약 "집행정지와 항소 즉각 신청할 것"
휴젤·휴온스바이오파마 "판결 결과, 우리와 무관"

메디톡스가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 사용했다며 대웅제약에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재판부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더팩트 DB

[더팩트|문수연 기자] 메디톡스가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 사용했다며 대웅제약에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승리하며 줄소송을 예고했다. 대웅제약은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휴젤·휴온스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어 향후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벌인 분쟁에서 메디톡스가 승소하면서 보툴리눔 업계 전반으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휴젤과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제조공정에 이상이 없다"며 메디톡스의 추가 소송 예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됐다"며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500억여원 규모의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의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으며, 해당 균주를 인도하고 기 생산된 독소 제제를 폐기하도록 했다. 또한 메디톡스에게 400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10월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당했다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에 사용해 온 균주는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국내 토양에서 분리, 동정했다는 주장은 여러 증거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웅제약은 즉각 1심 판결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 대웅제약, 즉각 항소…1심 패소했지만 미국 판매는 지속

대웅제약은 즉각 1심 판결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웅제약은 "유전자 분석만으로 유래 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추론에 기반한 판결로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를 보인 점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2년 2월 4일 서울중앙지검이 '광범위한 수사 끝에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무리한 결론으로, 대웅제약은 즉각 모든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집행정지와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으로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하여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유럽 등 글로벌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파트너사 에볼루스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민사 판결은 주보 또는 누시바(국내 제품명 나보타)의 생산과 수출 또는 해외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에볼루스는 지난 2021년 2월 메디톡스와 합의를 통해 대웅제약·메디톡스 양사간 한국 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에볼루스의 지속적인 제조 상업화를 규정했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이번 민사 1심 결과와 상관없이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제조해 에볼루스에 수출할 수 있는 권리와 에볼루스가 제품을 계속 상업화 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다.

이로써 대웅제약은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5조 원에 달하는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제품 판매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나보타의 지난해 북미 매출액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1840억 원으로, 대웅제약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다.

다만 2심에서 패소할 경우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생산지 못하게 되면서 제품 공급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휴젤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메디톡스·대웅제약 간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 당사와는 전혀 무관한 분쟁이라고 밝혔다. /휴젤

◆ 메디톡스 추가 법적 조치 예고…휴젤·휴온스바이오파마 "우리와 무관"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결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외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하는 업체는 휴젤, 휴온스, 종근당, 파마리서치코리아, 제테마 등이 있다. 이 중 균주 출처가 명확히 밝혀진 곳은 메디톡스와 제테마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을 상대로도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이 의심된다며 미국 수입 금지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휴젤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메디톡스·대웅제약 간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 당사와는 전혀 무관한 분쟁"이라며 "당사는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자적인 연구와 개발과정을 인정받으며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며 "당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개발 시점과 경위, 제조공정 등이 문제가 없음이 분명하게 확인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자사와 무관하는 입장이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당사는 보유 중인 균주의 전체 유전자서열 분석을 완료했고 모든 결과를 질병관리청에 제출했다"며 "질병관리청에서 전체 보툴리눔 균주 보유업체를 조사했을 때 균주 확보에 대한 경위, 균주 개발과정과 보고서 등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 그 결과 어떠한 이슈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균주의 도용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 업체에서 2016년 공개한 균체의 전체 유전자서열은 376만572개 유전자 서열을 밝히고 있으나 당사 보유균주의 전체 유전자서열은 384만1354개로 8만782개의 유전자적 분석 차이가 난다"며 "이는 두 균주가 2.1% 이상의 다른 유전자 서열을 지니고 있어 학문적으로도 동일균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추가적인 유전적 특성과 생화학적 균주 특성을 확보하고 있고 생산공정, 발효·정제 시 자체 기술을 확보해 생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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