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헬스케어 시장을 주름잡던 바디프랜드가 이중고(二重苦)에 빠졌다. 10년 넘게 지켜온 왕좌를 내준데다 허위 광고가 적발돼 사법의 철퇴를 맞아서다. 바디프랜드는 2021년 세라젬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2022년 역시 세라젬에 밀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브랜드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바디프랜드 측은 매출 하락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를 꼽았는데 세라젬은 이같은 환경에서도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대비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 허위 광고 적발로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도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업계에서는 소비자 신뢰는 물론 시장 경쟁력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바디프랜드 매출은 5913억 원, 영업이익은 685억 원이며 세라젬은 같은 해 매출 6670억 원, 영업이익은 924억 원을 기록했다. 두 기업의 매출은 757억 원, 영업이익은 242억 원 격차가 나는데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3분기까지 바디프랜드 매출은 4202억 원으로 전년 동기(4405억 원) 대비 4.5% 줄었는데 4분기 실적을 더해도 6000억 원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업계 전망이 나와서다. 반면 세라젬은 2022년 연간 매출이 7000억 원대를 달성하는 등 1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라젬의 약진을 두고 바디프랜드는 노선이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14일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분명한 것은 세라젬은 의료기기가 주력이며 안마의자 사업 영역의 매출은 미비하다.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가 주력인 기업이다"며 "공시에 따르면 국내 안마의자 업계 매출은 2021년 기준 바디프랜드는 5913억 원, 코지마 1555억 원, 휴테크 1052억 원으로 헬스케어 안마의자는 자사가 1위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매출 하락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침체를 들며 이는 세라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첨언했다.
그러나 안마의자, 의료기기가 아닌 헬스케어라는 공통분모로 보면 실적에서 세라젬이 바디프랜드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세라젬은 바디프랜드와 달리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선전했다. 세라젬은 그동안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사업을 이어가다 지난 2018년 기업·소비자간 거래(B2C)로 사업을 확장한 뒤 급성장했다. 실제 지난 2018년만 해도 매출이 2000억 원대에 그쳤지만 2020년 3000억 원대로 성장했고 2021년에는 6000억 원대까지 치솟았다. 특히 2021년 8월 출시한 한 의료기기의 경우 6개월 만에 척추 의료기기 출고 대수의 80% 이상을 점유하면서 실적에 견인했다. 또한 코로나19 시기 판매 채널을 확대하면서 해외시장에서 156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세라젬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안마의자 분야까지 건강 가전 라인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실제 △파우제M(2020년) △파우제M2(2021년) △파우제 디코어(2022년)를 선보이며 안마의자 시장에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세라젬은 의료기기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다소 부담이 적은 안마의자 등으로 외연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바디프랜드도 최근 의료기기는 아니지만 마사지 침대를 표방한 '에이르'를 출시했다. 그동안 앉아서 받는 마사지 방식을 채택해 왔던 바디프랜드가 침대처럼 누워서 마사지를 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특히 세라젬이 밀고 있는 의료기기 제품과 유사한 형태인데 헬스가전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에이르 제품은 소비자 수요를 맞춰 첨단 기능이 탑재된 마사지 헬스가전이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헬스케어 제품군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디프랜드는 대내외적 악재에 수난기를 맞으며 브랜드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사모펀드에서 사모펀드로 사고 팔리는가 하면 노사 갈등으로 내부 불협화음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허위 광고 문제로 박상현 바디프랜드 전 대표(48)와 법인이 각각 벌금 1500만 원,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는 일까지 생겨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 악재의 연속…1심 이어 항소심서 벌금형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 8-2부(김예영 김봉규 장윤선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열린 항소심에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박상현 바디프랜드 전 대표와 법인에 각각 벌금 1500만 원,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마의자가 성장판 자극이나 키 성장이라는 결과를 반드시 도출하는 것이 아님에도 안마의자를 사용하면 청소년들의 키 성장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며 "소비자들이 광고 내용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안마의자를 구매했다고 봄이 상당해 소비자 오인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정한 형을 변경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바디프랜드의 허위 광고 의혹을 조사한 뒤 2020년 7월 시정명령과 과징금 22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바디프랜드는 2019년 1월 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 제품을 홍보하며 키 성장과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허위 광고를 했다. 당시 공정위는 "바디프랜드는 임상 시험 등을 통해 키 성장 효과가 있는지 실증한 적이 없고 회사도 이 효능이 없다고 판단했으면서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며 "학습 향상과 관련해 실증 자료로 제출한 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의 기초가 된 임상 시험은 자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연구 윤리 위반 소지가 있는 신뢰할 수 없는 결과다"고 발표했다.
2021년 10월 1심 판결이 열렸는데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박상현 전 대표에게 1500만 원, 법인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원중 부장판사는 "이 사건 광고행위는 객관적 실체 없이 하이키 안마 의자가 아동청소년의 키 성장과 학습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거짓 광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로 하여금 안마의자가 키 성장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오인하게 해 합리적 상품 구매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박상현 전 대표와 법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당시 바디프랜드 측은 "문제의 광고에 쓰인 문구들은 성장에 무조건 효과가 있다거나 성장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아닌 암시하는 문구들이다"며 "하이키 안마의자의 무릎 마사지를 통해 키를 키워 줄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주장과 달리 바디프랜드는 유튜브 광고 등 안마의자를 사용하면 키성장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며 "피고가 제출한 키성장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지만 피고가 제출한 근거는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기존 연구논문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박상현 전 대표는 매주 월요일회의, 임원회의에 참석했고 임원회의에서는 이 사건 광고문구의 적정성에 문제가 없을지 논의됐다. 이와 관련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로서 안마의자의 개발을 승인했고 광고 관련해서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도록 기본적인 방향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판결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로 확인이 되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며 "판결 결과 기사를 봤지만 아직은 어떤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