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적합한 주거를 향유할 권리를 주거권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2000만 청년 인구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의 사각지대는 상존하고 있습니다. 청년 주거실태의 다양한 모습을 <청년주거 GPS>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 경기도 용인시에서 서울 마포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 씨(28)는 최근 서울 자취방을 알아보던 중 서대문구의 한 역세권 청년주택 모집에 지원하는 대신 인근 저렴한 빌라를 계약했다. A 씨가 확인한 임대주택은 18㎡(약 5평) 원룸이 보증금 5100만 원, 월세 45만 원이다. A 씨는 인근의 같은 크기 원룸을 전세 8000만 원에 얻었다.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해 월 이자는 10만 원대다.
서울시가 청년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대다수 물량이 일반 임대차 시장의 시세와 큰 차이 없이 공급되고 있다. 오히려 일반 임대차 계약으로 집을 얻는 편이 좋은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만 19~39세 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5분 거리 이내에 들어선다.
그러나 역세권 청년주택의 70% 이상은 일반 주택의 임대차 시세와 큰 차이 없는 조건으로 공급되는 실정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한 단지를 공공임대와 공공지원민간임대(민간임대) 형태로 나눠 청약한다. 공공임대는 주변시세 대비 30%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되지만 민간임대의 경우 임대료가 주변시세의 80%(특별공급)~95%(일반공급) 수준으로 일반 주택의 임대조건과 차이가 거의 없다.
실제로 오는 22일 당첨자와 동호수 발표를 앞둔 역삼역 청년주택 '더원역삼'의 보증금은 4900만~9300만 원, 월 임대료는 40~67만 원 수준이다. 면적은 최대 16~22㎡로 4~7평 남짓이다. 단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7㎡ 원룸의 민간임대 일반공급 임대료는 보증금 7300만 원에 임대료 45만 원이다. 보증금을 5400만 원으로 낮출 경우 임대료는 53만 원이다.
보증금이 1억 원을 웃돌기도 한다. 양재역에 들어서는 '양재역 CONEST' 23.92㎡는 민간임대 특별공급 기준 보증금 1억100만 원, 월세 36만 원 수준이다. 일반공급의 경우 보증금 1억1100만 원에 월세가 48만 원이다. 관리비와 기타 공과금은 별도다.
이같은 조건에 비하면 오히려 일반 매물이 저렴할 수도 있다. 현재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 전용 28㎡(약 8평) 원룸이 보증금 1억 원, 월세 19만 원에 나와 있다. 관리비 8만 원을 보태도 청년주택보다 저렴하다. 해당 주택은 2호선 역삼역 도보 7분 거리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보증금 1억 원 정도를 마련할 여건이 된다면 지하철역 근처 10평대 원룸을 월세 50만원 대에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세권 청년주택 임대료가 시세보다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것은 공공임대보다 민간임대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더원역삼은 단지 전체 78가구의 76%에 해당하는 59가구가, 양재역 CONEST는 총 379가구의 77%인 289가구가 민간임대된다.
반대로 저렴한 공공임대 비중은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다. 올해 서울시에 들어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모두 4301가구다. 이 가운데 25.7%인 1106가구가 공공임대되고 나머지 75%가량은 민간이 임대료를 책정하게 된다. 지난해에도 전체 4875가구 중 25.6%인 1252가구가 공공임대, 나머지 3623가구가 민간임대로 공급됐다. 청년 주거안정이라는 시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공공임대 주택의 공급비중은 20%대 불과한 것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이 민간 사업이다 보니 공공기여분 확보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분의 절반 수준으로 공공임대 물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고밀도로 건축된 경우 공공임대 물량이 많고, 반대의 경우 적다"며 "공공임대가 통상 전체 단지의 10~30% 내외 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료는 한국부동산원이 책정한 인근 시세에 따라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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