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최대주주 하이브①] 방시혁 이수만 초유 '빅딜', 하이브·SM 주가 향방은


정오 기준 하이브 21만 SM 11만 돌파
수세 몰린 SM, 향후 설립자와 경영권 분쟁 예고 본격화

10일 개장 전 방시혁(왼쪽) 의장의 하이브가 이수만(오른쪽)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SM 지분 14.8%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다고 공시하자 SM과 하이브가 나란히 주가 폭등세를 보이면서 국내증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엔터업계 최대 빅딜이 예고되면서 엔터주가 요동치고 있다.

'K팝 아버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SM) 대주주가 'BTS 아버지' 방시혁 하이브 의장 품으로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SM과 하이브에 쏠려 있어서다. 앞서 카카오에 지분을 넘기겠다고 발표한 SM 이사회 역시 주주 권리 보호를 외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험난한 경영권 분쟁도 예고된다.

10일 낮 12시 기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는 전 거래일 대비 15.13%(1만4900원) 오른 11만3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하이브는 전날보다 6.15%(1만2200원) 오른 21만500원에 거래됐다. 양 사 모두 앞자리를 바꿨으며 1만 원 이상의 인상 폭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고 있다.

양 사의 주가 폭등세는 하이브가 이수만 대주주의 SM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 총 4428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공시로 인한 효과로 풀이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산하 레이블 체제를 통해 K팝 뉴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신예 뉴진스와 르세라핌 등이 활약하고 있는 하이브가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이 포진된 SM을 품으면서 유례 없는 사상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시장 역시 이수만 대주주와 방시혁 의장의 '맞손'을 호재로 인식한 모양새다. 최근 3일 간도 평소보다 5~6배 가량 높은 거래량을 기록하던 SM은 개장 3시간 여만에 600만 건을 돌파하고 있다. 하루 만에 15%가 넘게 오른 주가는 기존 주주들에게 환호를 선사하면서도 침체된 코스닥 시장을 이끌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와 손잡은 이성수 SM 공동대표이사를 필두로한 SM 이사회와 하이브를 업은 이수만 대주주 사이에 경영권 다툼 양상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당초 칼을 먼저 빼든 곳은 이수만 대주주의 처조카 이성수 대표이사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카카오에 SM이 발행한 신주와 전환사채를 제 3자 유상증자 형태로 매각하며 SM 지분 9.05%를 넘겼다. 실행일은 오는 3월 6일이며, 매각이 단행되면 카카오는 SM의 2대 주주에 오른다. 이 경우 이수만 대주주의 지분은 기존 18.46%에서 16.78%로 희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SM 대주주' 이수만의 반격이 시작됐다. SM 이사회의 카카오 지분 매각 결정 직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입장을 낸 이수만 대주주는 팔 골절 부상에도 급거 귀국해 '엔터 대장주' 하이브를 두드렸다. 결국 3일 뒤 개장 전 하이브가 이수만 대주주의 SM 보유 지분 중 14.8%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지분 9.05%에 그친 카카오를 누르고 곧바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수세에 몰린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이사 및 경영진(센터장 이상 상위직책자 25인)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수 대표 등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SM은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지난 7일 발표한 SM과 카카오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SM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서, SM이 보유한 IP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성수 탁영준(왼쪽부터) SM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이사가 지난 3일 온라인으로 공개된 SM엔터테인먼트 기업설명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들은 하이브와 손을 잡은 이수만 대주주의 행보에 특정 주주 세력에 대한 사유화를 반대한다며 경영권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SM타운 유튜브 영상 캡처

주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한 SM 주주는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SM 이사회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됐다. 이수만의 절묘한 '신의 한수'가 통했다며 향후 카카오가 백기를 들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SM 주주는 "그간 SM의 주가가 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오너리스크 때문이 아닌가. SM이 오너 중심의 경영을 떠나서 새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다시 오너 중심의 회사가 될까봐 두렵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례 없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 '빅뉴스'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대하면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폭등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각각 카카오와 하이브를 등에 업은 SM 이사회와 이수만 대주주가 경영권 분쟁의 첫 장을 크게 열어 젖혔기 때문에 이들의 향후 행보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양 측의 경영권 분쟁 양상이 법정 소송전으로 넘어가 장기화된다면 인수주체인 카카오와 하이브 입장에서도 피로감을 느껴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M 역시 'SM 3.0'으로 대표된 신사업들의 속도가 늦춰진다면 아티스트나 주주들의 기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상대로 대립각을 곤두세운 이수만 대주주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증권가는 최근 3일 사이 SM의 목표가를 일제히 올린 바 있다. 7일 메리츠증권은 SM의 목표가를 10만5000원으로 상향했으며, 8일 하이투자증권은 기존 10만8000원에서 목표가를 11만3500원으로 올렸다. 9일 이베스트증권은 기존 9만 원에서 무려 44% 오른 13만 원으로 상향하는 파격적인 목표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카카오와 손잡은 SM 이사회와 회사가 밝힌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따라 높은 이익 성장이 예상된 바 있다. 시장도 그간 SM의 행보를 호재로 해석했다"며 "그러나 몸집이 가장 큰 하이브가 이 판에 끼어들면서 손쉬운 전망을 내놓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또 경영권 분쟁을 예고한 이수만 대주주와 SM 이사회의 향후 대응에 따라 변동성은 여전히 높게 전망된다. 경영권 분쟁 향방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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