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의 아이콘' 된 남양유업 홍원식…한앤코, 2심도 이겼지만 '한숨'


홍 회장 측 대리인 "즉각 상고 나설 것"

법원이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2심 소송에서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왼쪽)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간 인수 합병(M&A)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었다.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다. 다만 홍원식 회장 측이 대법원 상고 방침을 표명한 만큼 법정 공방은 막을 내리지 못하게 됐다.

◆ 또 승기 쥔 한앤컴퍼니…홍 회장 측 "즉각 상고할 것"

9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는 홍 회장 일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변론이 종결된 이후 피고 측에서 변론 재개를 위한 자료를 제출해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변론을 재개할 만한 사유가 없다"며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홍 회장 측은 즉각 입장을 내놨다. 홍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해당 사건 계약에 있어 원고 측의 합의 불이행에 따른 계약의 효력, 쌍방대리 및 배임적 대리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리에 관한 다툼이 충분히 심리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피고 측은 즉각 상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날 항소심에서도 한앤컴퍼니의 승소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 않았나. 더욱이 법원은 홍 회장이 제기한 위약벌 소송 항소심 역시 기각한 상태다. 홍 회장 측이 이날 항소심 관련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 홍 회장, 항소심 인지액·송달료 미납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 일가의 다툼은 지난 2021년 5월 27일이 시발점이 됐다. 홍 회장 일가가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지분 53.08%를 양수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이어 석 달여 뒤인 9월 1일 홍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가 SPA 계약 이행 전에 남양유업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김앤장 변호사가 불법적인 '쌍방 대리'를 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같은 달 23일 홍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에 위약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한앤컴퍼니는 10월 19일 남양유업 최대주주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서며 맞섰다. 홍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게 한앤컴퍼니의 입장이다. 쌍방 대리가 아닌 '쌍방 자문'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12월 3일 홍원식 회장 측에 계약이행금지 가처분 소송 또한 제기했다.

법원이 한앤커퍼니가 신청한 홍 회장의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과 협약이행금지 가처분 등을 인용하면서 판세는 한앤컴퍼니 측으로 기울었다. 수차례의 변론기일을 거친 끝에 지난해 9월 22일 법원은 1심 선고에서 한앤컴퍼니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은 불만을 표하며 10월 4일 항소를 제기했다. 제2라운드에 접어들게 된 셈이다. 법원이 11월 10일 홍 회장 측에 위약벌 소송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으나 홍 회장 측은 또다시 이의신청에 돌입했다.

법원이 올해 1월 27일 홍 회장 측에 위약벌 소송 항소장 각하 명령 송부하면서 한앤컴퍼니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됐다. 홍 회장 측은 지난 2022년 12월 22일 패소 판결 이후 즉시 항소장을 제출했으나 항소심 인지액 및 송달료를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한앤컴퍼니가 2승을 차지했다.

◆ 한앤컴퍼니, 남양유업 리브랜딩 전망

남양유업이 대법원 상고를 공언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결판이 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한앤컴퍼니가 향후 어떻게 남양유업 쇄신에 나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불가리스 논란으로 인한 소비자 불매운동과 매각 철회 등 오너리스크 등으로 얻게 된 오명을 떨치기 위해 사명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재무환경 개선에도 나설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남양유업의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9년 3분기부터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도 영업이익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7226억 원, 영업손실은 604억 원에 이른다.

현재 한앤컴퍼니 측은 법정공방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의 피로도가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법정공방에 따른 다양한 비용 등은 남양유업이 부담해야 하지만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2년여 가까이 항소와 상고로 이어지는 논쟁이 지겨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남양유업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 대비 5.28%(2만9000원) 내린 52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장중 오전에는 전일 종가보다 3.64% 상승한 56만9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2심 선고를 앞두고 회사 경영 정상화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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