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부동산 조각 투자' 카사 산다는데…묘수될까, 악수될까


지분 과반수 매입 위한 실사 진행 중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대신증권이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토큰 증권 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을 택한 증권사들의 행렬에 동참하는 것이다. 다만 몸집이 작아진 카사코리아와 대신증권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 지는 미지수다.

◆ 대신증권, 카사 실사 진행…이달 말 계약 마무리 목표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국내 최초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DABS) 거래소인 카사코리아 지분 과반수 매입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달 말 내로 인수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카사를 통하면 일반 투자자들도 고액 자산가나 기관처럼 빌딩의 수익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투자 상품임에도 약정기간이나 환매 제한 일정 없이 실시간 청산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P2P(사용자 간 거래)와 같이 대출을 담보로 파생된 것이 아닌, 실물 자산의 직접적인 수익증권을 사고파는 것이므로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하다.

카사는 지난 2020년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역삼 런던빌'로 공모 물꼬를 텄다. 공모 완판 후 연 3% 분기별 배당을 지급했으며, 지난해 6월 1호 건물 역삼 런던빌 매각에 따른 배당금 지급을 완료했다. 공모가 대비 매각 차익에 따른 최종 배당 수익률은 14.76%다.

역삼 런던빌에 이어 공모한 서초 지웰타워, 역삼 한국기술센터, 여의도 익스콘벤처타워 등 플랫폼에 상장된 건물별 연간 배당 수익률은 약 3%대다. 카사가 건물 중 가장 먼저 매각에 돌입했던 역삼 한국기술센터의 경우, 수익자들이 받는 유보금과 배당금을 합치면 연 환산 수익률이 약 26%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카사의 공모 건물 1호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역삼 런던빌. /카사

◆ 카사, 자금난에 백기…대신증권 "신성장 동력 확보할 것"

카사는 안전하고 수비적인 투자 방식인 '디펜스 재테크' 투자처로 주목 받았으나 사실 내부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카사는 지난해 위메이드, 신아주그룹,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약 190억 원을 조달받은 뒤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투자 환경이 경색되면서 성사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게 됐다. 카사는 수차례 펀딩 라운드를 가지다가 결국 매각이라는 안을 선택했다. IR(기업설명회)에 나서며 인수자를 찾았다.

재무 등 부담 없이 상품을 팔며 수수료를 얻어가는 카사는 대신증권의 구미를 당겼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STO 관련 제도 마련에 나서면서 카사 매각은 물살을 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며 토큰 증권을 새로운 그릇에 담긴 증권으로 정의했다.

이에 인수 조건 등을 검토해 온 대신증권은 차세대 먹거리로 카사를 확정지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상황으로, 인수는 확실시 된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지분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당사가 부동산 부문에서 업력을 쌓아온 만큼 증권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플랫폼에 대한 투자로 시너지를 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사는 대신증권으로의 인수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대주주가 바뀔 수도,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지만 회사가 4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시스템을 발현할 좋은 기회라는 견해다.

◆ 몸값 낮아진 카사…입법 등 갈 길도 멀어

다만 카사가 향후 STO 시장에서 기세를 펼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카사는 지난 2021년 19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 2000억 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자금난까지 겪는 등 최근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큰 증권 제도화에 대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가상 자산, 조각 투자 스타트업들의 경우 투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늘, 내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대신증권은 조직 내 TF를 신설하고 조각 투자 플랫폼 기업과 제휴한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은행계열 증권사들이나 선제적으로 조각 투자 플랫폼에 뛰어든 여타 증권사들에 밀려 시너지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토큰 증권의 제도화 방향을 제시한 것은 반길 대목이지만 아직 입법까지 갈 길도 멀다. 현재 정무위원회에 가상자산과 관련해 계류 중인 법안만 해도 두 자릿수에 이른다. 시장 참여자들은 법안들이 제출, 시행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제한적인 샌드박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따라 가상자산 규율체계가 마련될 것을 예정하고 있으나, 현재 논의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안다. STO 전성시대를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소액공모 관련안의 경우 최대 30억 원 한도를 갖고 있다. 규모의 왜소화에 따른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토큰 증권 시장은 한계점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큰 증권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발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토큰 자체의 활용도가 낮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임 연구원은 "블록체인 상 디지털화되어 있지만 글로벌 자산의 속성은 사라지게 돼 거래 이외의 활용은 제한될 전망이다. 유통시장도 기존 조각투자나 비상장 주식 거래와 블록체인이라는 플랫폼 형식만 달라지기 때문에 이용자가 느끼는 차별화된 가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garde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