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태광산업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이사회구성의 법적 문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법무부 상사법무과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태광산업이 지난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를 분리선출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8일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말 현대 태광산업 주식 6.06%를 보유한 주주다.
트러스톤에 따르면 법무부 상사법무과는 이번 유권해석에서 태광산업이 지난 2021년 분리선출로 선임한 감사위원이 있음에도 지난해 재차 분리선출한 행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상법이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도입한 분리선출제도를 태광산업이 악용했다는 게 트러스톤의 주장의 핵심이다. 현행 상법 제542조의12 제2항은 분리선출로 선임한 감사위원은 1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사외이사는 김대근 단국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나정인 한국공이회사계사회 평의원, 최원준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부교수 등 3명이다.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 2020년 도입된 분리선출제도는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의 '3%룰'(대주주의 지분율을 3%로 제한)을 적용해 일반 사외이사와 분리해서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대주주 지분율이 과반이 넘는 기업에서도 소수주주들이 추천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대표 소수주주 보호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은 소수주주를 위해 도입된 이 제도를 악용해 지난해 현행법을 어기면서까지 감사위원을 추가로 분리선출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며 "지난해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한 것은 올해 소수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제안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분리선출로 선임된 나정인 이사의 임기는 올해 3월에 만료된다. 이에 올해 주총에서 소수주주들이 분리선출로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 분리선출로 감사위원을 미리 선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배구조연구 전문가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기업들이 편법으로 회피하는 방법"이라면서 "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계속되는 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지속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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