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가 예비당첨자의 계약을 시작한 첫날, 견본주택을 찾은 당첨자의 발길은 드물었다. 견본주택 앞 주차장까지도 10명 내외의 방문객만 눈에 띄어 한산했다. 지난달 일반분양 4786가구에 대한 정당계약이 끝난 이 단지는 미계약 물량으로 1400가구가량이 남아 예비당첨자를 받고 있다.
예비당첨자 계약이 시작된 7일 둔촌주공 단지 내에 마련된 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에는 공사를 위한 현장 작업자들만 붐볐다. 오전 10시부터 번호를 받은 예비당첨자들의 계약이 진행됐지만 오후까지 견본주택 입구에는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인력만 인파를 이뤘다. 계약을 위해 견본주택을 방문한 당첨자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비당첨자의 계약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에 따르면 조합은 총 열흘간 남는 물량을 계약할 수 있는 예비당첨자를 총 1만5000명까지 확보한 상태다. 모두 1400가구 공급을 위한 인원이다.
이날 계약 순서가 도래한 예비당첨자는 특별공급 2022번까지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동안 각 시간대별로 최대 700명에 달하는 번호를 배치했다. 계약 첫날임에도 전체 공급 물량보다 많은 순번이 공급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낮 12시께 견본주택을 방문한 이들은 수십명 안팎이었다. 견본주택에는 계약 당사자만 입장할 수 있어 입구 주변에 일행을 기다리는 이들이 주차장을 채우고 있었다.
1차 계약금을 납부한 당첨자들은 실수요자부터 향후 전세 세입자를 들일 계획인 이들까지 다양했다. 인근 단지 전셋집에 살고 있는 당첨자 A 씨(50대·남)는 당첨 후 실거주할 계획이다. A 씨는 "집사람의 만류로 고민이 많았지만 앞으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입지라고 판단했다"며 "중도금 대출이 나오니, 상환기간을 최장으로 늘려 계약해 입주하려 한다"고 말했다.
200번대 후반 번호를 받은 B 씨(60대·여)는 "5호선 지하철역 인근으로 추첨을 받아 계약을 결정했다"며 "나중에 전세를 놓거나 매매를 하더라도 다른 동보다 유리한 조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은 계약을 말렸다"며 "고덕과 위례처럼 이 단지도 입주시기가 임박하면 저점을 찍을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00번대 초반 당첨 번호를 받은 C 씨(50대·여)는 "헬리오시티와 비교하다가 9호선 인근 동의 고층으로 예비당첨 번호를 받아 계약하러 왔다"며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면 분양가 이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계약하려는 이들이 많지 않아 번호만 받으면 웬만해선 분양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조합은 오는 13일까지 1차, 13일부터 17일까지 2차 계약을 받는다. 이날 특별공급 당첨자가 계약했고, 오는 8부터 13일까지는 일반공급 당첨자가 추가로 계약하게 된다. 예비당첨자는 현장 방문 여부로만 계약 여부와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1차 계약기간인 13일까지 미계약 물량이 소진되지 않으면 17일까지 기간을 늘릴 것"이라며 "분양 관계자들은 이 기간 내에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관련 법에 따라 전화나 문자로는 미계약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모든 예비당첨자에 번호를 부여하고 최대한 많은 인원을 확보했다"며 "오늘 특별공급 기준 2000명까지 순번이 돌아오지만 이 인원이 모두 소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합이 계약금을 분양가의 20%로 설정한 점을 계약률이 저조한 이유로 꼽는다. 예비당첨자들이 계약하기 위해서는 당일에 분양가의 10%에 달하는 1차 계약금을 내야 한다. 이어 내달 3일에 나머지 10%의 2차 계약금을 낸다.
둔촌주공의 전용면적별 분양가는 △29㎡ 4억 원 후반~5억 원 초반 △39㎡ 6억 원 중반~7억 원 초반 △49㎡ 8억 원 초반~8억 원 후반 △59㎡ 9억 원 후반~10억 원 중반 △84㎡ 12억 원 초반~13억 원 초반으로 형성됐다. 예비당첨자들이 비교적 미계약 물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29·39·49 등 소형 타입을 계약하려면 당장 약 5000만~9000만 원이 필요하다. 이어 한 달 안에 추가로 같은 금액을 한번 더 납부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통상 분양가가 높거나 청약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들은 계약금을 10%나 정액제로 설정해 계약률을 높인다"며 "둔촌주공의 분양가가 낮은 편은 아니라 중도금 대출을 이용하려는 실수요자의 경우 계약금 부담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wisdo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