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현재 주식 수익률은 -30%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 물가 상승 등으로 아직 한국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당장은 추가 매수할 생각이 없어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생각보다 빠른 경제 회복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원금을 회수할 생각입니다."
개인투자자인 직장인 정 모 씨(31)는 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의 매수를 망설이고 있다. 연초 주식시장 랠리에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1월 한 달 동안 7조 원이 증가해 다시 51조 원을 넘어서는 등 약 4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동학개미'들은 실적 대비 급등한 주가 때문에 적극적인 매수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51조52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6일(51조7942억 원)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투자자예탁금은 2020년 개인투자자가 대거 증시에 뛰어드는 '동학개미 운동'이 일어난 뒤 50조 원을 돌파했지만, 지난해 10월 월평균 기준 50조 원 선이 붕괴됐다. 40조 원대를 기록하다가 지난달 9∼10일에 이틀 연속 43조 원대로 내려앉았다.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47조∼49조 원 규모로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기에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반면 연초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감소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818조4366억 원) 대비 6조1866억 원 줄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예탁금 증가세가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달 2일부터 최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21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6802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는 2220대에서 2480으로 약 11% 올랐다.
지난 6일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망설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0%(42.21포인트) 내린 2438.19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1%(5.46포인트) 내린 761.33으로 마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연초 상승세를 보였지만 급락을 걱정할 단계는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럽지만, 달러화 약세로 인한 외국인 수급 개선, 2024년 실적 반영으로 인한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 등이 밸류에이션 우려를 상쇄시킬 것"이라며 "Fed가 공식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하고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1분기에 몰려 있던 악재 역시 완화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염 연구원은 "한국의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이익 하향 조정 영향임을 감안해야 하고, PER 부담은 4분기 어닝 시즌 마무리와 함께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4분기 실적 부진 등 일부 악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연간 주식시장은 점진적 강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주식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12시 35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0%(14.66포인트) 오른 2452.85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별로는 개인이1579억 원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02억 원, 1328억 원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