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애플사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업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시장점유율 변동과 함께 점유율 경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련 시장에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에는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다고 보고 있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등 관련 법령과 그간의 법령 해석 등을 고려한 결과,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 등을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출시는 내달 초로 예상된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일종으로 신용·체크카드를 휴대폰 앱에 저장해 실물카드의 휴대 없이도 결제할 수 있다. 2014년 출시돼 현재 약 70여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지난해 기준 결제규모 면에서 전 세계 2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애플페이의 국내 파트너였던 현대카드가 관련 서비스를 처음으로 출시할 예정이며,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비롯해 다른 카드사들도 뒤따라 가세할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19.6%), 삼성카드(17.8%), 현대카드(16.0%), KB국민카드(15.4%)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 현대카드는 개인 신용카드 판매 3위권을 유지해오다 2018년 KB카드에 3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2019년 코스트코와 단독 제휴 관계를 맺고 다양한 맞춤형 제휴카드 출시 전략을 펼치며 지난해 다시 3위로 올라섰다.
국내 법령 여건상 배타적 사용권을 유지하지 못해 경쟁사들도 애플과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서비스 출시 초기 현대카드가 유일한 제휴사로서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카드는 아직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다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오늘의 점심'이라는 문구와 함께 애플사 로고를 연상하게 하는 '한입 베어먹은 사과' 사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애플페이 출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도입 초기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페이를 이용하는 연령이 주력 소비층이 아닌 젊은 층이고 사용처도 부족한 단말기 보급 등으로 많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결제액은 2021년 기준 221조 원으로 5년간 연평균 57% 늘어나면서 국내 민간 결제액(1000조 원)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프라인 결제(터치결제)시장은 삼성페이가 시장점유율 80%로 독식 중이다.
또한 삼성페이는 NFC·MST(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을 모두 지원하지만 애플페이는 NFC 방식만 지원해 오프라인 결제를 위해서는 해당 단말기가 설치돼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NFC단말기를 통해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수는 전체의 2%인 약 6~7만 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관련 인프라가 얼마나 빨리 확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그에 따라 이용률도 높아질 것"이라며 "(애플페이를) 당장 쓸 수 있는 곳이 대형 가맹점밖에 없고 10%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시하자마자 엄청난 변화나 시장 판도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전체 카드사들이 참여하게 되기 때문에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