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된 임종룡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사 인수로 지주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논란'으로 인한 내부 반발도 해소해야 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3일 임종룡 내정자를 최종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임 내정자는 다음 달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종룡 내정자는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된 후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금융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쌓여있는 만큼 임종룡 내정자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우선 임종룡 내정자는 최종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불거진 '관치 논란'을 해소시켜야 한다. 업계에서는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이 용퇴 결정에 금융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치고, 이후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가 롱리스트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정부가 이미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부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우리금융 노조는 외부 출신 회장 선임에 반대해왔다. 노조 측은 임 내정자자 취임을 막기 위해 일반적인 고객 응대 행위는 하되, 적극적 상품 판매 행위는 거부하는 '영업 중단'과 '출근 저지 투쟁'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 정비도 시급하다. 우리금융은 잇따른 횡령사고와 사모펀드 사태로 내부통제 이슈를 풀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그룹 내 한일·상업은행 간 파벌갈등으로 조직 통합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조직 혁신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임추위 역시 이같은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추위는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임 내정자 역시 "조직혁신과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태승 회장이 주도해왔던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도 임 내정자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은 완전 민영화를 거치며 증권·보험 계열사를 분리매각했다. 이에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은행 수익 비중이 80%를 넘어선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달 신년사에서 "올해는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탈(VC) 등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 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우리금융은 다올인베스트먼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증권사를 인수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임 내정자도 취임 후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던 경험을 살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 내정자는 관료 출신이지만 농협금융 회장도 경험했던 인물"이라며 "우리금융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 안팎에서 전해지고 있다. 취임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노조가 선임 전 부터 '외부 출신' 회장을 반대해왔던만큼 조직 안정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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