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1500%" "연봉 160%" 역대급 성과급 쏜 '회사들' 어디?


지난해 실적 좋았던 정유·배터리·가스 기업들 성과급 잔치
악화된 실적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둑한 성과급 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정유사들은 전년 대비 늘어난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오일뱅크가 기본급의 1000%, GS칼텍스가 연봉의 50% 수준의 큰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연초 성과급 지급 시즌이 시작되면서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황에 따라 기업별로 지난해 거둔 실적이 달라 성과급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현재 성과급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정유사들이다. 지난해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동반 상승으로 초호황을 누렸고, 성과급 규모도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되며 성장 기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배터리사들도 성과급이 크게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 정유사 '성과급 잔치'에 횡재세 도입 목소리도

4일 경제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성과급 규모에 대해 "부럽다"는 반응부터 서민들의 '난방비 폭탄' 문제와 맞물려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다. 횡재세 도입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이 붙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과도한 불로소득, 과도한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 전 세계에서 이미 시행하는 것처럼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화된 사안은 아니다.

현재 성과급을 지급한 정유사는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다. 현대오일뱅크가 기본급의 1000%, GS칼텍스가 연봉의 50% 수준의 거액을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른바 정유 '빅4' 중에선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이 남았는데, 지난해 거둔 성과를 고려했을 때 향후 두 회사도 상당한 규모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정유 '빅4' 회사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5조 원을 넘겼다. 4분기 실적 발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정유사들은 "성과급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는 중으로, 이는 성과급과 관련해 이야기가 지속 거론되면 횡재세 찬반 논란 역시 더욱더 뜨거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 지난해 호실적 거둔 배터리사도 성과급 축포

배터리 업계의 성과급 규모도 남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기본급 87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사실상 그룹 주력 사업으로 이미 인정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좋은 성과에 따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결정된 것으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각각 57.9%, 43.4% 오른 영업이익 1조2137억 원, 매출 25조5986억 원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69.4%나 늘어난 1조80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SDI는 연봉의 30~4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초유의 메모리 반도체 한파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임직원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더팩트 DB

◆ SK가스·CJ올리브영 등도 두둑한 봉투

지난해 사업 환경이 긍정적이었던 가스 업계도 성과급 잔치에 뛰어들었다.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1위 사업자인 SK가스는 설 연휴 직전 직원별로 기본급의 800~90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LS그룹의 LPG 수입·유통기업인 E1은 지난해 말 기본급 15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정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 밖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2조65억 원, 순이익 1526억 원)을 낸 CJ올리브영이 일부 사업부에 연봉의 80~16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선방한 한화솔루션케미칼부문은 기본급의 700%, 큐셀부문은 408%를 지급했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조선사들도 예년보다 성과급 규모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경우 기본급의 170% 수준이다.

◆ 실적 나쁜 기업은 한숨…삼성·SK "그래도 쏜다"

반대로 성과급 지급 시즌에 '박탈감이 더 커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업계도 있다. 대표적으로 건설사들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성과급 봉투가 얇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성과급이 두둑했던 IT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전년 대비 20% 이상 성과급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0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 4년 만에 역성장했다.

이번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행보도 시선을 끈다. 사상 초유의 메모리 반도체 한파를 겪는 등 지난해 사업 성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97% 급감한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SK하이닉스는 연봉의 41% 수준의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이는 실적 악화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성과급에 민감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을 의식한 결정으로도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21년 성과급 문제로 젊은 직원들과 큰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 원을 모두 반납하며 갈등 봉합에 나서기도 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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