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쉬코리아, '기업 사냥꾼' 놀이판 전락?…유정범 "넘길 수 없다"


이사회효력금지·김형설 직무정지·주총 개최금지 가처분 소송 진행
hy "유 의장 주장, 모두 사실 아냐" 발끈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hy(前 한국야쿠르트)를 새 주인으로 맞을 전망이다. /메쉬코리아

[더팩트|윤정원 기자]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hy(前 한국야쿠르트)를 새 주인으로 맞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때 기업가치 1조 원의 유니콘 기업을 꿈꾸다 위기에 빠졌던 메쉬코리아는 일단 재무위기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다만 창업자인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이 순순히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길어질 수도 있다.

◆ 법원, hy 메쉬코리아 대상 DIP 허가…9부 능선 넘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회생법원은 신임 대표로 선임된 공동창업자 김형설 메쉬코리아 부사장이 신청한 자금 차입과 회생채권 변제 계획안(DIP‧Debtor In Possession)을 승인했다. DIP는 구제 금융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제도다. 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고 기존 경영진이 제공하는 신용공여를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받는 방식이다.

앞서 김형설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달 26일 '채무자 대표' 자격으로 hy가 800억 원에 지분 65~67%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hy의 DIP 긴급자금 600억 원 지원 허가도 신청했다.

김 대표이사는 hy에 지분을 매각하며 OK캐피탈에서 받은 대출금 360억 원을 상환해 '회생 기업' 딱지를 뗀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유정범 의장(14.82%)과 김 이사(6.18%)는 OK캐피탈로부터 보유 지분 전량인 21%를 담보로 360억 원을 대출받았다. 나머지 자금으로는 기술보증보험 채무 약 70억 원을 비롯해 부가세 등 각종 밀린 세금, 상거래채권 등 채무 변제 등에 나설 예정이다.

hy가 메쉬코리아 인수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유진그룹은 고배를 마시게 됐다. 앞서 유진그룹은 스톤브릿지캐피탈, OK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P플랜(사전회생계획) 회생방안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먼저 뛰어 들었다.

오는 9일에는 메쉬코리아의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대 있다. 임시주주총 등 후속 절차를 거친 뒤 hy는 추가 200억 원 등 총 800억 원의 투자금으로 지분 약 67%를 취득해 메쉬코리아의 새 주인이 된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이 지난달 20일 접수한 이사회효력정지가처분 접수증. /유 의장

◆ 유정범 "이사회 소집 부적절…모두 무효"

다만 유정범 의장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유 의장은 앞서 이사회 소집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결된 안건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달 25일 김형설 부사장 등 사내 이사진을 주축으로 이사회를 열고 유 의장 해임안과 김형설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 hy로의 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당시 사내 이사진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유 의장의 반대로 인근에 있는 카이트타워 빌딩으로 이사회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유 의장은 "김형설 이사는 지난 1월 25일 자신이 자문을 받고 있는 법무법인 여백에서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당사와 투자자들 사이의 주주간합의서에 따르면 대표이사 변경을 위한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사전통지를 거친 후 2주 후에나 소집통지가 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사회소집기간 1주를 고려하면 2월 이후가 가장 빠른 이사회 가능일자라는 주장이다.

유 의장은 "김형설 대표이사가 권한을 탈취해 hy에 낮은 가치로 메쉬코리아를 매각하는 것은 회사의 주주에 대한 계약위반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면서 "김형설 등이 이사회에서 결의한 내용은 무효다. 법적 쟁송을 시작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현재 유 의장은 이사회효력금지 가처분, 김형설에 대한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그리고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소송들을 진행 중이다.

메쉬코리아는 "이사회는 현장 공증인의 입회 하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고 즉각 반박했다. 최병준 메쉬코리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상법과 정관에 따라 효력이 즉시 발생했고, 대표이사 변경과 관련한 등기 신청도 완료했다. 일방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이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hy 측은 메쉬코리아 이사진 측에서 hy 측에 먼저 접촉을 시도해서 인수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hy

◆ hy "유 의장 주장, 모두 거짓말…적법한 절차 거쳤다"

유 의장은 앞서 임직원에 대한 급여가 늦게 지급된 것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피력하고 있다. 김 이사가 진두지휘 중인 메쉬코리아는 지난달 25일 "1월 임금이 하루 늦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급여 지급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해임된 유정범 전 대표이사가 회사 계좌에서 무단으로 자금을 대량 인출을 하여 당일 급여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장이 회사 자금 운용에 필요한 인감이나 OTP 카드 등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회사 계좌에서 수십억 원의 자금을 대량 인출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유 의장은 "김형설 이사 측은 마치 본인이 회사 자금을 횡령했고, 이로 인해 회사가 급여도 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는 취지로 주장지만 이는 명백히 허위"라며 "여전히 회사의 은행계좌에는 임직원 급여 7억 원 및 상사채권을 변제하기에 충분한 금원이 확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형설 이사 측에서 본인이 정상적인 입출금거래를 할 수 없도록 방해함으로써 급여지급 및 상사채권 변제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유 의장은 12년간 일궈낸 스타트업을 hy에 단돈 100원도 못 받고 뺏기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hy가 앞서 본인에게 헐값에 지분을 팔고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직을 사임하라는 요구를 했다고도 전했다. 유 의장은 "hy의 투자담당 임원이 적법하지 않은 포섭활동을 진행했지만 제안을 거절했다"며 "이후 hy가 사내이사와 퇴직 및 징계된 임원들을 포섭, 메쉬코리아를 매우 낮은 가치에 장악하려고 법령과 정관에 위반한 이사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장은 "대표이사 등기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법하게 개최되지 않은 이사회 의사록 하나만 가지고 거래 중인 모든 은행들에 거짓신고를 해 메쉬코리아 계좌를 정지한 상태"라며 "창업주로서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걱정된다. 횡포를 부리는 hy가 메쉬코리아의 성장과 직원들의 안위를 고민하고 존중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 의장의 주장에 대해 hy 관계자는 "유 의장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우선 메쉬코리아 이사진 측에서 hy 측에 먼저 접촉을 시도해서 인수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hy가 헐값에 넘기라고 회유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만난 자리에서 가격을 이야기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가 기업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유 의장이 제기한 소송도 잘못됐다고 짚었다. hy 관계자는 "김 대표이사가 보낸 이메일을 보면 승인자가 유 의장으로 돼 있다. 본인이 승인한 메일을 보냈는데 이를 기업 비밀 누설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사 이미지를 버리면서까지 메쉬코리아를 인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관련 자료들은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y 측은 "유 의장은 한푼도 못 받고 쫓겨난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지분이 희석되는 것은 맞지만, 본인의 지분은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제돼야 하는 것은 유 의장이 경영을 잘 못해 회사가 법정관리로 간 것인데 그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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