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SBI저축은행이 7년간 유지해 오던 각자대표 체제를 버리고 단독대표 체제로 돌아왔다. 새 수장으로 김문석 신임 대표이사가 낙점된 가운데 그는 어려운 업황 속 SBI저축은행의 고꾸라진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 내정자는 지난달 1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취임 여부는 이달 중하순께 열릴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김문석 내정자는 1965년생으로, 대성고등학교와 인하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삼성카드에 입사해 △삼성카드 인력개발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두산캐피탈 인사팀장 등을 거쳤으며 2010년 SBI저축은행에 입사했다. 2020년부터 SBI저축은행의 부사장으로서 전략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문석 내정자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어려운 업황 속 실적 개선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저축은행 업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주 먹거리인 가계대출이 당국 규제로 성장에 한계를 보고 있는 데다 고금리의 수신 상품들조차 금리인상기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자본력 악화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평균 15.37%로 전년 동기 대비 0.95%포인트 하락했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8% 이상의 BIS 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BIS 비율이 줄곧 16% 중후반을 유지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BIS 비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17년 말(15.0%)로,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업계 불황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부실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문석 내정자는 하락한 SBI저축은행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573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2.2% 하락한 수치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796억 원으로, 전년 동기(995억 원)에 비해 20% 감소했다. 경쟁사들이 모두 하락을 면치 못하며 업권 내 1위 자리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전체적인 수익성 약화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SBI저축은행이 2015년부터 이어져 온 각자 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변화를 준 이유도 달라진 영업 환경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조달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대출규제로 인해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없어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SBI저축은행이 대표직에 변화를 준 점도 여러 가지 종합적인 고민이 있었겠지만, 위기 상황에 맞춰 '경영 효율성'에 집중하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김문석 대표 내정자가) 어려운 업황 속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부담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은행 등 모든 금융사가 외부 환경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직 사업계획을 짜기 전이지만,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리스크 관리를 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 체제로 변화를 준 것과 관련해서는 "SBI저축은행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고,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올라섰다"며 "올해의 경우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성장보다는 '안정적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