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실적과 주가가 정반대 흐름을 나타내는 기업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차와 포스코(POSCO)홀딩스다. 현대차는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호조와 우호적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고전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가격 하락 속에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음에도 주가 기대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 현대차 '10조 눈앞'‧포스코홀딩스 '반토막'…영업이익 희비
현대차는 지난 26일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 142조5275억 원을 올렸다고 컨퍼런스콜을 통해 공시했다. 전년 대비 21.2%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조8198억 원으로, 전년과 견주면 47% 늘었다. 이는 지난 2010년 현대차가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4분기 매출액은 38조523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조3592억 원으로 119.6% 뛰었다. 영업이익률은 8.7%를 기록했다. 4분기 매출 호조는 판매 확대, 제네시스와 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 환율 효과 등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상승한 1359원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 포인트 하락한 79.8%를 나타냈다. 반도체 등 부품 수급 개선으로 인한 가동률 상승효과를 봤다. 판매 관리비는 신차 마케팅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늘었으나 매출액 대비 판매 관리비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7% 포인트 낮아진 11.5%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출시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와 제네시스 라인업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 견조한 판매를 이어갔다"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생산이 늘고 있으나, 여전히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은 낮은 모습으로 대기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는 자사주 277만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자사주 중 발행주식수의 1% 규모로, 총 3154억1545만 원어치다.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주들이 지니고 있는 기존 주식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현대차는 내달 3일 소각에 나설 계획이다.
◆ 실적 호조 '일일천하'?…또다시 주가 하락세 전환
그러나 주가 흐름은 실적과는 영 딴판이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호실적 발표에 힘입어 전 거래일(16만5700원) 대비 5.55%(9200원) 상승한 17만49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나 기쁨도 잠시, 이튿날인 27일 0.57%(1000원) 하락하며 거래를 종료했다. 30일에도 2.24%(3900원) 내린 17만 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는 작년 1월 15일 28만9000원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의 주가가 근래 좀처럼 기지개를 못 켜는 것을 두고 투자자들은 국민연금공단을 주축으로 하는 연기금이 찬물을 끼얹는다고 꼬집는다. 연기금의 매도 행렬이 좀처럼 멎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기준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7.78%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제 연기금은 이달 중순께부터 9거래일 연속 매도에 나서고 있다. 매도수량은 △16일 4만7465주 △17일 4만6344주 △18일 5만522주 △19일 3만545주 △20일 1만383주 △25일 22774주 △26일 5758주 △27일 2만6985주 △30일 8986주 등이다. 온라인 증권커뮤니티에서 한 소액 투자자는 "현대차를 줄곧 매도해 온 연기금 입장에서는 현대차 폭등이 반가울 리 없다. 계속 매도를 이어갈 것"이라며 불안감을 표했다.
지정학적 영향,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 또한 현대차에는 부담 요인이다. 환율 변동성 확대와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도 어깨에 짐이 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상 등 경영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소송에 대한 근심도 인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 당국은 현대차와 기아가 일부 차량에 절도방지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 도난 사고가 급증하는 바람에 납세자 부담이 늘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애틀 당국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도난 건수는 2021년부터 2년 새 각각 503%, 363%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송의 경우 이모빌라이저 없는 차량에 대해서 잠금장치를 지원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여러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가동률 개선에 따른 생산 정상화를 바탕으로 판매 물량 확대 및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믹스 개선을 추진해 매출액 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실적과 더불어 주가 상승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의 글로벌 판매 본격화, 아이오닉5 N 및 디 올 뉴 코나 EV 출시를 통한 전기차 판매 확대, 5세대 완전변경 싼타페 출시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해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증권가, 현대차 목표주가 잇달아 상향조정
다만 주가 하락세에도 현재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26일과 27일 양일간 현대차 관련 리포트를 낸 증권사 18곳 모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함과 동시에 목표주가를 상향하거나 유지했다. △키움증권(21만 원→23만 원‧9.52%) △삼성증권(21만5000원→23만 원‧6.98%) △메리츠증권(21만 원→22만 원‧4.76%) △신한투자증권(22만 원→23만 원‧4.55%) 등이 현대차에 대한 희망치를 높였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이미 확보된 백오더(국내 미출고 대수 60만대 이상)와 그랜저, 코나, 싼타페로 이어지는 신차들의 배합 개선 효과로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며 "배당 수익률 4% 확정과 자사주 소각 정책은 작년 호실적에 대한 주주 환원이자 올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순이익(EPS)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당 영업이익이 도요타를 추월하고 혼다와는 격차를 축소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됐고, 주주환원 정책과 선진시장에서의 전기차 3위 지위 등으로 일본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 범위 8∼12배로 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자사주 소각 예정분 및 타깃 멀티플 상향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면서 "현대차는 2023년 수요 둔화 우려로 한동안 침체되어 있었던 자동차 섹터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주주환원정책과 실적, 가이던스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상대 매력이 부각이 가능한 상태인데, 코스피 대부분 섹터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익이 예상되는 반면, 현대차는 28%의 증익을 전망한다"며 "최근 금리 하향 안정화와 함께 자동차 업종 밸류에이션 할인 폭이 축소된 점도 긍정적인 만큼 시장 대비 상대 주가 초과 수익 실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포스코홀딩스, 영업이익 폭락에도 52주 신저가 경신
실적은 고꾸라졌어도 주가가 승승장구하는 곳은 포스코홀딩스다.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도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84조8000억 원, 영업이익 4조9000억 원, 당기순이익 3조6000억 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11.1%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6.7%, 50%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의 부진은 철강 부문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면서 철강 가격이 하락했고, 포항제철소가 냉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으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수해 피해로 영업이익이 1조3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4200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추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7일 장 마감 직후인 오후 4시 기업설명회(IR)를 시작했고, 발표 당일에는 주가에 영향이 없었다. 이후 거래일인 30일에는 주가 하락이 점쳐졌으나 포스코홀딩스는 장 초반 52주 최고가(31만5000원)를 다시 썼다. 이내 상승세를 반납하고 2.57%(8000원) 내린 30만3500원로 장을 마무리 짓긴 했으나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한껏 올라갔다. 투자자들은 쪼그라든 영업이익이 오히려 바닥을 찍은 신호가 됐다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철강 업황 개선 기대감은 계속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철광석 가격 단속에 나선다고 경고했지만 춘제 연휴를 앞두고 재고 보충 수요가 늘어나면서 철광석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철광석 선물가격은 지난해 11월 톤(t)당 80.214달러로 하락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 최근 123달러까지 뛰었다.
◆ 중국 수요 회복 기대감…"철강 우호적 여건 마련"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현대차와 견주면 더욱 우호적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부터 중국 모멘텀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가) 일각에서 우려하는 광양 광석 리튬 공장은 예정대로 2023 년 10월에 준공될 것이라 언급해 하반기에는 신사업 가치가 가시화되어 기업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실수요 회복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철강 업황에 우호적인 여건들은 모두 마련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4만 원을 유지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스테인리스냉연 공장을 마지막으로 포항 내 17개 공장 모두가 정상 가동에 돌입했다. 여기에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과 원재료가격 상승분 반영을 위한 공격적인 가격 인상 정책으로 전 세계 철강 가격이 강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45만 원을 유지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업황 악화 및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에 따라 부진했던 포스코홀딩스가 일회성 요인 제거 및 업황 회복으로 전년대비 큰 폭의 개선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와 함께 2023년은 리튬 상업 생산 시작 및 광석리튬 생산공장 준공 등이 비철강부문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가 추진하는 신사업은 올해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리튬, 니켈, 코발트가 본격적으로 생산될 예정이고,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광양 리튬공장은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자회사인 포스코실리콘솔루션에 591억 원을 출자, 연산 450t 규모의 실리콘음극재 생산설비도 구축하기로 했다. 오는 6월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범람 이슈로 저점을 찍은 상황이다. 포스코는 앞서 비상 테스크포스(TF) 체제에 들어갔고,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며 "시황이 나아질 거라는 전망과 기대감 속에 폐배터리 재활용, 리튬 생산 등 신성장 부분이 실질적으로 가동되면 이 또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철저한 손익관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