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의 성적은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황 악화에 따른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문제는 올해 업황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 중 LG화학이 가장 먼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사별로 실적 전망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21년 4분기보다 50% 이상 급감한 3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일부는 2000억 원대까지 내다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기대를 밑돌 전망"이라며 "영업이익은 72% 줄어든 25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적 감소의 이유는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300억~500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석유화학 부문 적자는 지난 2006년 2분기(-55억 원) 이후 약 16년 만이다. 첨단소재 부문도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등 성장세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수익성 악화가 뼈아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았고, 원재료 구입 비용이 함께 올랐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요 제품 수요는 크게 줄었다.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 가격 간 차이)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 등의 변수가 겹쳐 일시적 피해액도 늘었다. 최고운 연구원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주요 제품군들의 스프레드 악화, 정기 보수, 화물연대 파업 등의 부정적 요인들이 겹쳤다"고 밝혔다.
LG화학뿐만 아니라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의 표정도 어둡다. 다음 달 9일 실적을 발표하는 롯데케미칼 역시 비슷한 이유로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유력하며, 규모는 1000억~2000억 원 수준이다. 대신증권은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예상 영업손실 규모를 1702억 원으로 내다봤다.
다음 달 8일 실적 발표에 나서는 금호석유화학도 2021년 4분기 대비 반토막 난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비교적 양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케미칼 부문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216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전망"이라며 "케미칼 부문의 실적 둔화에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영업이익 2667억 원)의 실적 개선으로 다른 화학 업체보다 차별화된 실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석유화학 업계의 업황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이미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시황 회복'을 기대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을 맡게 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석유화학 업계 신년인사회에서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와 고유가, 공급 과잉, 수요 둔화가 겹쳐 지난해 어려운 한 해를 보냈고, 올해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 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당장 전통적 석유화학 사업을 외면할 순 없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장기적 수익 창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등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최근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해외 자회사인 파키스탄 법인 LCPL 지분 75.01% 전량을 매각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한화솔루션은 내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초부터 발표하는 등 태양광 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할 수 있다"며 "이에 신사업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됐다. 회사별로 세운 목표에 따라 적기에 신사업을 육성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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